국악인 황미연씨 '권번과 기생으로 본 식민지 근대성' 출간
지역문화의 재발견에서 시작된 전통음악 연구는 전북의 권번(券番·일제강점기 기생들의 조합)으로 관심이 번졌고 당시 신문·잡지 등에서 다뤄진 사료를 수집하면서 그는 권번·기생이 전혀 다른 관점으로 정리되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가 전북대 고고문화인류학과 박사과정에서 쓴 '전라북도 권번의 운영과 기생의 활동을 통한 식민지 근대성 연구'는 일제강점기 전·후로 전통음악의 전승과정을 잇는 지역의 거의 유일한 연구라는 점에서 가치를 인정받았다.
먼저 권번과 기생에 관해 저평가됐던 부분. 그는 일제강점기 권번이 기생들이 전통예술을 보존하도록 한 자생적 공간이었다고 해석했다.
대다수 기생들이 방탕함과 문란함을 일으킨 주동자였다는 데 반기를 든 그는 "스스로 선택해 공연을 하면서 사멸 위기에 처한 전통음악을 전승하고 이어준 가교 역할을 한 주인공"이라고 재평가했다. "동시대 대부분 공교육기관이 서양·일본문화를 교육한 것과 달리 사교육기관이었던 권번에서는 전통문화에 관한 교과목을 철저하게 가르쳤기 때문"이어서다.
그는 '일제강점기'와 '여성'이라는 이중의 굴레에 놓였던 이들은 애기조합이 비하당할 경우 법적 대응을 서슴치 않고 남성들만 권번 임원이 되는 현실을 지적하면서 전통예술의 전승자 혹은 새로운 예술의 창조자로 거듭났다고 설명했다. 토산품 애용 운동과 외국 동포를 위한 구제활동, 3·1 만세 운동 등과 같이 민족의식을 고취시키는 일에도 열심이었을 만큼 자기 선언도 적극적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는 "전통음악에서 일제시대에 관한 연구가 턱없이 부족해 망망대해를 걷는 것 같아 답답했다. 결국 연구를 다시 붙들게 한 것은 이들의 재조명에 대한 책임의식이었다"면서 책이 나올 수 있도록 힘을 보태준 함한희 전북대 교수에게 감사의 인사를 잊지 않았다.
고창에서 태어난 황씨는 전주대 역사교육과를 졸업, 한양대 국악과에 편입했다. 한양대 대학원에서 국악이론을 전공했으며, 현재는 국악 이론가이자 가야금 연주자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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