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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고령화 가족 VS 전국노래자랑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의 의미를 돌아보게 하는 영화들이 주말 극장가에 걸렸다. 항상 옆에 있어 더욱 신경써주지 못한 마음을 영화로 힐링해 보는 것은 어떨까.

 

■ '콩가루 집안' 결론은 '소중한 가족'

- 고령화 가족(드라마/112분/15세 이상 관람가)

 

늘 그 자리에 있을 것 같은 존재가 있다. 그래서 대개는 그 소중함을 잊고 살게 되는 존재. 엄마가 그렇고 가족이 그렇다. 하지만 살면서 쓰디쓴 맛을 보게 됐을 때, 다른 누군가에게 상처받았을 때, 노래 가사처럼 '가슴 속에 스며드는 고독이 몸부림칠 때'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것도 역시나 가족이다.

 

천명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고령화가족'에 등장하는 '콩가루 집안'의 구성원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가족 중 유일하게 대학을 졸업한 '고학력자'이지만 영화감독 데뷔작부터 흥행에 참패하고 밀린 월세 3개월치도 내지 못하는 처지가 된 40세 '인모'(박해일).

 

'잉여인간은 되지 말자'는 문구를 보고 차라리 죽기로 결심하지만 때마침 걸려온 "닭죽 먹고 가라"는 엄마(윤여정)의 전화에 짐을 싸들고 집으로 향한다.

 

하지만 집에는 이미 교도소를 수차례 드나든 철딱서니 없는 44세 백수 형 '한모'(윤제문)가 자리 잡고 있다.

 

설상가상 까칠한 35세 여동생 '미연'(공효진)이 두 번째 이혼을 하고 딸 '민경'(진지희)과 함께 친정에 들어오면서 조용했던 '엄마 집'은 일순간 전쟁터가 된다.

 

평균 연령 47세. 하지만 콩가루도 이런 콩가루 집안이 없다. 형제는 안부 인사 대신 보자마자 치고받고 싸우고, 15살인 조카는 삼촌에게 "아저씨 내 이름 알아요?"라며 대놓고 무시한다. 여동생은 큰오빠의 머리를 벽돌로 내리친다.

 

욕설은 기본이고 폭력은 일상 다반사다. 나잇값도 못하고 '남보다도 못한' 이들가족은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이 싸워대고 서로에게 상처가 될 말도 아무렇지 않게 툭툭 내뱉어 버린다.

 

그러다가도 가족 누군가에게 위기가 닥치면 서로 뭉쳐서 싸우기도 하고 자신을 희생하기도 한다.

 

"한번 풍파를 겪고 나면 바닥이 더 단단해지는 법"이라는 영화 속 대사처럼 이 '콩가루 집안'은 이런저런 소동을 겪으며 "한데 모여 살면서 같이 자고, 같이 먹고, 같이 울고, 같이 웃는 게 가족"이라는 엄마의 말을 저절로 체득한다.

 

곳곳에 '막장 코드'가 만연하지만 영화가 막장으로 흐르지 않는 것은 늘 투닥거리는 이들에게 매일 고기를 구워주며 애정으로 감싸주는 엄마의 존재 덕분이다.

 

엄마는 그저 담벼락의 꽃을 바라보며 "꽃이 예쁘게 폈지? 엄마처럼 말이야"라고따뜻하고 환하게 웃어준다.

 

출연한 배우들의 면면만큼이나 각각의 극 중 캐릭터는 매력적이다. 한동안 떨어져 살던 이들이 영화 초반 다시 가족을 이루고 살게 되는 과정도 유쾌하다.

 

■ 딩동댕! 일생의 단 한번 무대 주인공 되다

- 전국노래자랑(드라마/112분/12세 이상 관람가)

 

매주 일요일 낮 12시10분이면 어김없이 울려 퍼지는 "딩동댕! 전국∼노래자랑∼!". 33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국내 최장수 TV프로그램 '전국노래자랑'에는 참가자 100만명, 본선 출연자 3만명, 관람객수 1천만명이라는 대기록만큼이나 다양한 이들의 사연이 녹아 있다.

 

영화 '전국노래자랑'은 바로 여기서 시작한다. 잠시 주위를 둘러보면 어딘가 내주변에 있을 것 같은 소시민들의 평범한 얘기가 영화 속에 오롯이 담겨 있다.

 

가수와 '미애 남편'이라는 '투잡'을 꿈꿨던 '봉남'(김인권 분)은 낮에는 아내 미애(류현경)의 미용실 조수로, 밤에는 대리운전 기사로 일하는 '셔터맨'이다.

 

넘치는 끼와 열정을 주체하지 못하던 그의 눈에 어느 날 '전국노래자랑' 김해시편을 알리는 현수막이 들어오고, 봉남은 아내 몰래 전국노래자랑 무대를 준비한다.

 

연애 시절 "오빠는 노래할 때가 제일 멋있어요. 평생 노래하세요"라며 봉남의 꿈을 응원했던 미애지만 지금 그녀에게 닥친 현실은 주인이 올려달라는 미용실 보증금 500만원이 없어 밤에 식당 주방일도 해야 하는 처지라는 점이다.

 

미애는 길거리에서 휴대폰을 팔다 '영국노래자랑'에 나가 세계적인 가수가 된 폴 포츠를 운운하는 봉남에게 차라리 휴대폰을 팔아 돈 한 푼이라도 더 벌어오라고 화를 낸다.

 

전국노래자랑 김해시편에 출연하려는 이들은 봉남처럼 꼭 가수가 되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저마다 무대의 주인공이 되고픈 사연을 하나씩 갖고 있다.

 

지역구 표심 관리를 위해 무대에 오른 다혈질의 음치 김해시장(김수미)과 시장을 전국노래자랑 본선에 무사히 출연시킨 뒤 자신의 승진을 꿈꾸는 만년 과장(오광록), 사장(김용건)의 지시로 산딸기 엑기스 '여심' 홍보에 나선 '동수'(유연석)와 '현자'(이초희) 등 사연도 가지가지다.

 

그중 자꾸 노래 가사를 잊어버리는 '오영감'(오현경)과 손녀 '보리'(김환희)의 투닥거림은 영화가 단순히 가벼운 코믹물이 아닌 사람 냄새가 나는 우리 주변의 얘기가 되도록 조용히 뒷받침한다.

 

보리가 캐나다로 떠나기 전 잠든 할아버지 옆에 가만히 누워 얼굴을 바라보는 장면이나 할아버지도 같이 가자고 엄마에게 조르는 손녀에게 "안 심심타"는 오영감의 옆모습과 바람결에 들리는 풍경 소리는 보는 이의 가슴마저 먹먹하게 만든다.

 

평범하다면 지극히 평범하고 자칫 진부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얘기들이 잔뜩 모였지만 '전국노래자랑'이라는 매개체를 중심으로 씨줄과 날줄이 영리하게 엮여 있어지루하지 않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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