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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기사

생각하는 사람, 그리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

■ 제시문

 

〈자료 1〉

 

목수는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집을 짓다 보면 나무는 뼈로 한세상을 더 산다

 

그 푸르렀던 시절, 살과 피로 온 세상 바람을 다 맞아들였던 나무,

 

몇 십년 혹은 몇 백년을 뼈 하나로 버틴다)

 

몸이 바로 서려면

 

뼈가 튼튼해야 하는 것처럼

 

한 건물을 떠받치는 힘은

 

철근의 뼈와 콘크리트의 살이 조화된

 

굳건한 저항력이리라

 

〈중략〉

 

다 짓고 난 건물을 쳐다보아라

 

목수의 흔적은 거의 없다

 

뼈를 감싸고 도는 살의

 

강건한 근육만 무겁게 빛날 뿐,

 

좋은 목수는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커다란 나무의 여백만이 홀로 남아

 

쓸쓸한 바람을 부풀리고 있을 뿐

 

〈 유용주 시집, 가장 가벼운 짐 〉

 

〈자료 2〉

 

평범한 사람도 악마가 될 수 있다.

 

한나 아렌트라는 철학자가 있었어요. 그는 '악의 평범성'이라는 말을 했는데요. 쉽게 말하면 아주 평범한 사람도 악마가 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아렌트는 무슨 근거로 이 말을 했을까요?

 

그는 '아이히만'이라는 독일 관료에 대한 재판을 보게 되었어요. 아이히만은 히틀러 시대에 일어난 수백만 명의 유대인 학살에 관여한 사람이었지요. 유대인들은 그를 잔인한 살인마라고 욕했어요. 전쟁이 끝나자 그는 아르헨티나로 도망을 쳤어요. 하지만 1960년에 체포되어 이스라엘의 한 법원에서 재판을 받았지요. 수많은 사람이 이 재판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아렌트는 미국 잡지 '뉴요커'의 부탁을 받고 이 재판을 취재했어요. 악마라고 불리던 아이히만은 과연 어떤 사람이었을까요? 아렌트는 깜짝 놀랐답니다. 아이히만이 너무나도 평범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체격도 크지 않고 머리가 희끗희끗 평범한 아저씨였습니다. 당연히 머리에 뿔이난 것도 아니고 송곳니가 기다랗지도 않았지요. 정신과 의사들은 그를 지극히 '정상'이라고 판정했습니다. 어떤 의사는 이런 말도 했지요.

 

"그는 적어도 그를 진찰한 후의 내 상태보다 정상이다."

 

더 놀라운 사실은 그가 유대인을 미워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 친구들 중에도 유대인을 미워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유대인을 미워해야 할 이유가 하나도 없었다고 말합니다. 오히려 자기 생계를 도와준 유대인들을 고맙게 여기기까지 했습니다.

 

〈 고병권, 생각한다는 것 〉

 

〈자료3〉

 

모두가 행복한 세상

 

"친구는 모든 것을 공유한다네. 아무도 생필품 이외의 사유재산을 소유해서는 안되네. 만일 집과 땅과 돈을 사유한다면 통치자의 지위를 포기해야 하네." 바로 이것이 저 유명한 통치자 공동체의 규율이다. 친구는 모든 것을 공유한다. 군인처럼 공동으로 먹고 공동으로 생활한다. 모든 사유재산은 금지된다. 오늘날 가톨릭 신부가 그러하듯, 사적 소유는 없다.

 

플라톤이 통치집단에 요구하는 공동체의 규율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플라톤을 일반시민, 생산자에게 '사유재산금지'를 요구하지 않았다. 그는 통치자에게 사유재산 금지를 요구했다. 왜냐하면 공익을 추구해야할 통치자와 사유재산은 양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화국을 만드는 우리의 목적은 특정계급이 행복한 세상이 아니라 모두가 가장 큰 행복을 누리는 세상을 만드는 데 있다"

 

〈 황광우, 철학콘서트 〉

 

■ 쟁점 논제

 

1. 논술 논제

 

〈자료3〉과 관련된 구체적인 예를 하나 들고 이 행위가 가지는 의미를 기술한 후, 〈자료1〉과 자료〈2〉를 바탕으로 '생각하는 사람과 생각하지 않는 사람'의 행위에 대하여 논하시오. (900자 내외)

 

2. 면접 논제

 

-생각하는 사람과 생각하지 않는 사람의 예를 들어보시오.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생각하지 않는 사람과 같이 살 경우,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말하시오.

 

-아주 평범한 사람도 악마가 될 수 있는가

 

■ 논제의 포인트 및 평가기준

■ 쟁점 확대하기

 

1. 생각하는 사람은 온몸으로 살아간다는 예를 들고 있다. 유용주 시인은 '목수'라는 시에서 좋은 목수는 못의 크기와 나무의 각도에 따라 가장 힘 받을 부분에 정확한 조준으로 못을 박는다고 하였다. 진짜 목수는 단 일격에 나무의 급소를 강타해 다시는 금가지 않을 옹벽을 구축한다고 시에서 말한다. 세상 모나고 거칠고 딱딱한 곳에는 늘 크고 단단한 못이 필요한데 좋은 목수는 그것들을 순하게 길들여 수평과 수직을 긋는단다. 수평과 수직이 만나는 화평의 마을에 한 채의 든든한 사랑을 집을 짓는다고 시를 통해 말을 한다. 그는 또한 『유용주가 사랑한 우리시대의 작가들 아름다운 얼굴들』에서 이 시대를 온몸으로 살아가는 작가들을 나열하고 있다. 안상학편에서 유용주는 안상학의 글씨를 꽃으로 피었다가 나무로 무성하며 강으로 흘렀다가 구름으로 흩어졌다, 산맥처럼 솟구쳤다, 바위처럼 뭉쳤다가 송곳처럼 예리했다 등으로 표현한다. 절차탁마란 것이 여기에서 유래하였다며 섬으로 떠 있다가 바다 끝까지 깊어졌다고 한다. 그의 글씨는 노래이며 한바탕 춤이었고 한바탕 된 꿈 꾼 다음 새벽 일찍 일어난 정한수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그밖에도 이 책에서 열거되는 얼굴들은 그가 경외하는 지극한 사랑이다.

 

2. 평범한 사람도 생각을 하지 않으면 악마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악마란 악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다. 아이히만은 왜 끔찍한 유대인 학살에 관여한 것일까요? 그는 왜 유대인 학살에 관여했느냐는 물음에 '단지 명령받은 일을 성실히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가 성실히 해낸 일은 잔인하게도 수백만 명의 사람들을 죽게 만든 일이었다. 아렌트는 이 일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그는 아주 부지런히 일했을 뿐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부지런함을 탓할 수 없다. 문제는 그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깨닫지 못했다는 데 있다.' 아이히만은 그에게 주어진 유대인들을 죽음의 장소로 이동시키라는 윗사람의 명령을 너무도 성실하게 해냈을 뿐인데, 그는 엄청난 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너무도 성실한 공무원으로서 아무 생각도 없이 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이처럼 악마란 악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이 하는 일을 따져보지 않고 그저 주어진 일을 생각없이 기계처럼 무조건 하여 악마가 되었던 것이다.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면서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에서 붙잡은 포로나 테러리스트 용의자들을 가두어 둔 아부그라이브 형무소에서 일어난 일이다. 포로들을 아주 잔인하게 고문하고 개가 물어뜯게 하고 발가벗긴 채 인간 피라미드를 쌓게도 했다. 아브그라이브 형무소에서 사진이 나왔는데 사진에 나오는 미군들은 이라크 포로들을 개줄로 묶어 끌기도 하고, 포로들의 옷을 발가벗긴 채 사나운 개 앞에 데려다 놓기도 하였으며 발가벗긴 포로들을 장작더미처럼 쌓아올려 놓고 한 젊은 여자군인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웃고 있었답니다. 그 군인은 사진 속에서는 악마였지만 실제로는 아주 성실하고 공부도 열심히 했던 착한 소녀였다고 합니다.

 

3. 철학적 사유에 정통한 철인 집단에게 나라를 맡겨야 한다.

 

플라톤의 통치자에게 딱 어울리는 유언으로, 베트남의 혁명가 호찌민은 다음과 같은 유언을 남겼다. "나는 지금까지 온 힘을 다하여 진심으로 인민에게 봉사했다. 죽음 앞에서 더 이상 인민에게 봉사하지 못하는 것만이 유감일 따름이다. 성대한 장례식으로 인민의 소중한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지 말라"라고 하였다.

 

플라톤에게 이상국가 건설의 핵심은 이상적인 통치자 집단의 육성에 있다. 모든 생산자는 자신의 일에 전념하여 최선의 기예를 뽐내는 것이며 통치자의 지배를 충실히 따라야한다고 하였다. 또한 철학적 사유에 정통한 철인 집단에게 나라를 맡겨야하고, 이들은 어떤 사욕에도 이끌리는 일이 없이 오직 나라의 보편적 이익만을 위해 헌신해야 한다고 하였다.

 

■ 쟁점 기출문제

 

1. 논술 : 2012학년도 서울대 정시 논술고사

 

[문항2]

 

제시문을 읽고 다음 세 논제에 답하시오.(세 논제를 모두 합하여 1400±200자)

 

논제3. 논제1과 2에 대한 논의를 바탕으로, 공동체 의식을 높이기 위한 방안과 그 근거를 설명하시오.

 

[문항3]

 

논제1. 나폴레옹이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하여, 끊어져 있던 손금의 선을 칼로 그어 이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제시문 (가)에 약술된 나폴레옹의 삶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건 하나를 들고, 그 사건과 관련하여 나폴레옹이 언제, 어떤 마음으로, 어느 손금을 바꾸었을지 제시문 (나)의 내용을 토대로 상상하여 서술하시오. 또한 '손금'은 나폴레옹에게 어떠한 의미가 있었을지 서술하시오(800±200자)

 

논제2. 우리는 주변에서 손금을 보는 것과 같은 행위를 수없이 발견할 수 있다.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예를 두 가지 들고, 이 두 행위가 가지는 의미를 기술한 후, 인간이 이러한 행위를 하는 이유에 대해 논하시오.(1000±200자)

 

■ 쟁점 관련 도서·영화

 

1. 관련 도서

 

유용주 시집, 가장 가벼운 짐, 창작과 비평사

 

고병권, 생각한다는 것, 너머학교

 

2. 관련 영상·영화

 

영상, 지식채널e, 인기직업

 

영화, 화씨 911, 마이클 무어 감독, 출연

 

■ 학생 글과 교사 총평

1. 학생 논술문

 

1986년 미국의 비영리 환경단체에서 일하던 린다매러니스는 텍사스 남페드레이섬 해변의 쓰레기를 보고 고민하다가 하나의 제안을 하게 된다. 사람들과 함께 치우고 그러면서 교육효과도 보게 하자는 것이다. 1986년 9월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홍보를 한 것도 아닌데 쓰레기를 줍기 위해 먼 곳에서 차를 타고 사람들이 온 것이다. 그 후로 이 행사는 미국 전역으로 퍼져 나갔으며, 지금은 전 세계적인 행사로 발돋움하게 된다.

 

나는 〈자료3〉과 관련된 구체적인 예로 환경보호를 들었다. 여기서 린다매러니스의 행동은 사소하지만 큰 결과를 불러일으켰다. 왜냐하면 처음으로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하여 말했기 때문이다. 만약 린다매러니스가 이런 제안을 하지 않았다면 남페드레이섬 해변은 계속 더러웠을 것이다. 린다매러니스의 고민하고 생각하는 자세가 이런 효과를 낳은 이유라고 생각한다.

 

〈자료1〉,〈자료2〉 두 사람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그것은 생각하는 자세에서 비롯된다. 〈자료1〉의 목수는 생각하고 또 생각하여 자신이 일로 인해 남이 편할 것이라는 걸 알게 된다. 보통 사람들이란 자신이 무엇인가를 잘 해내면 그것을 꼭 자랑하려 들거나 잘 해내지 못하는 사람과 비교하려 든다. 하지만 이 목수는 보통 사람들과는 다르게 생각하여 자신의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생각하여 얻은 결론이 있기 때문에 욕심을 버리고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료 2〉에서 아이히만은 유대인을 학살하는 비신사적인 행동을 한다. 하지만 그는 유대인을 미워하지 않고 고맙게 생각하는 사람이였다. 아이히만이 이런 행동을 한 이유는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냥 주어진 일을 했던 것이였다. 생각이 없다면 우리도 이렇게 될 수도 있다. 아이히만이 만약 유대인의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보았다면 이런 끔직한 짓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생각한다는 것은 나를 돌아보는 것이다. 내가 가고 있는 길이 맞는 길인지 아니면 그냥 주어진 시간에 주어진 숙제를 하고 있는 것인지를 판단하게 해주어 주체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게 한다. 만약 생각하지 않고 살아간다면 우리의 삶은 철저히 객체적일 것이고 남에게 의존하며 살아갈 것이다.

 

원광여고 1학년 이은솔

 

2. 교사 총평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이 떠오른다. 우리는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할까를 고민하며 살아가는 교양인이 되어야 한다. 이번 논제는 삶에 물음표를 달고 살아가는 사람과 그냥 살아가는 사람의 차이를 생각하게 하는 논제였다. 생각하는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과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가져오는 세상은 엄청난 차이를 가져온다. 은솔이는 1학년 학생이지만 전반적으로 제시문을 잘 파악하였고 논제에서 묻고 있는 것에 대하여 논리적이고 답을 하였다. 구체적인 평은 다음과 같다.

 

△독해력 〈자료1, 2〉에서 삶에 흔적을 남기지 않는 사람과 엄청난 비극을 초래한 사람의 제시문 자료를 읽어 차이를 찾아내고, 〈자료3〉에서 플라톤의 통치철학 모두가 큰 행복을 누리는 세상을 잘 파악하였다.

 

△논리력 이번 논제가 구체적인 예를 들고 그 행위의 의미를 기술하라고 하였는데 첫단락에서 첫 번제 문제를 해결하였고 두 번째 질문인 생각하는 사람과 생각하지 않는 사람의 행위에 대하여 논하고 있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으로 마무리를 한 것으로 논리력이 뛰어나다.

 

△표현력 독해를 통해 논제에서 묻고 있는 것을 잘 표현하였고 자료에서 차이를 말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구체적으로 표현하였다. 그런데 논술문은 주어진 질문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는 글이므로 '나는', '~라고 생각한다' 등의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 그리고 '~였다'는 '~이었다'의 줄임표현이므로 '~이었다' 또는 '였다'로 써야한다. '~이였다'는 틀린 어휘다.

정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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