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무엇을 왜 어떻게 쓸 것인가
이 책에 걸고 있는 기대는, 단지 글쓰기에 관한 친절한 안내서라서가 아니다. 천편일률적인 글쓰기 안내서가 흥미는 커녕 답답함만 늘게 하는 시점에 닥치고 글쓰기에 관한 돌파구를 제시했다는 대목이 크다. 사례로 제시한 생활 속 체험은 '재미'를 넘어서 문예창작학과 교수로서 오랫동안 학생들을 지도해오며 글쓰기의 '의미'를 포기하지 않는 질문이자 해답이다. 전북일보에 연재 중인 '글쓰기, 당신도 시작하라'의 연장선.
일단 '왜 써야 하느냐'는 질문에 작가는 '안 쓰고 못 쓰면 결국 나만 손해'라고 일갈한다. '미친놈' 소리까지 들어가며 밤을 새워 쓴 시 한편이 짝사랑하던 애인을 감동시킬 수 있다면 해볼만 하지 않겠느냐는 것. 써낸 글 하나만으로 세상을 보는 안목의 깊이와 넓이와 지식의 양까지 모두 평가한다는 게 말은 안되지만, 그렇게 믿는 사람들이 하도 쌔고 쌔서 "사람 나고 글 난 게 아니고, 글 나고 사람 났다"는 이야기에 그도 설득당한 모양.
그렇다면 무엇을 써야 할까. 복효근 시인의 시'목련꽃 브라자'를 인용한 저자는 마당 빨랫줄에 걸린 딸 아이의 브라자를 발견하고 그 아이의 앞가슴에 벙그는 목련송이를 떠올린다. '하냥 눈부신' 한 편의 시가 그렇게 태어났듯 자신과 가까운 체험이 글감이 된다는 깨달음을 넌지시 전한다. 그것이 "오랜 세월 동고동락해 온 담배이든, 죽이 잘 맞는 이들과 어울려 차수와 주종을 바꿔가며 부어라 마셔라 하는 일이어도 상관없다." 나를 외롭게 혹은 우울하게 혹은 괴롭게 하는 것들에 관해 먼저 글쓰기부터 하라는 것. 그 과정에서 나다운 모습을 재발견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덧붙였다.
이제 맛깔스런 글쓰기 비법만 남았다. 대체 글은 어떻게 써야 할까. 평소 음정·박자 무시하고 노래를 끝까지 부르는 괴짜를 좋아하는 저자지만 글쓰기에서는 이것이 대단한 민폐가 될 수 있다고 전제했다. 주술 관계를 올바르게 하되 우리말 고유의 미감을 살린 문장을 쓰고 단어와 구절을 짧게 연결시켜야 문맥이 제대로 전달된다는 것. 단, 관찰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상상력을 연결시키려는 노력이 요구되기에 '눈에 보이는 건 무엇이든 의인해서 그것들과 어깨동무도 하고, 볼을 꼬집기도 하고, 포옹도 할 것'을 강조했다.
평소 술자리에서 한마디 툭 던져 좌중을 즐겁게 만들곤 하다가 때론 경망스럽다고 마누라한테 지청구를 들었을 것만 같기도 하고, 요리를 즐겨해 지난밤 술을 몽땅 마시고 곧잘 아침에 속풀이용 라면을 끓여 먹을 것 같은 저자가 아닌 척 사례로 곧잘 등장해 이 책은 책장 넘기기 바쁠 정도로 재밌는 '페이지 터너'(Page turner)와 같다. 마라톤의 즐거움에 중독되듯 글쓰기가 왜 스스로를 키우고 바꿔가는 가장 좋은 방법인가를 성찰하게 만드는 이야기가 마치 그림처럼 세밀화와 확대도로 한꾸러미 채 담겼다.
1993년 '월간문학' 신인상으로 문단에 나온 저자는 우석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소설 창작과 글쓰기 지도법을 강의 중이다. 소설'비너스의 칼'과 저서 '좋은 문장 나쁜 문장','문장부터 바로쓰자','송준호의 문장 따라잡기' 등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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