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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문협 창립 40주년 '무지갯빛 시집' 출간

감성·품격 향기 그득 / 시인 17명의 시 엮어

김제문인협회(회장 김 영)가 창립 40주년을 맞아 준비했던 전집이 3년 뒤 늦은 생일 잔칫상에 올려졌다. 김제와 연고가 있는 시인 12명과 김제에 애정을 보여온 시인 5명이 손수 꼽은 시 30편 씩 엮은 작은 시집이 무지개 빛깔의 '선물 세트'로 나온 것. 강신재 강은례 김 영 김월숙 나혜경 이형구 이흥철 정군수 조미애 최유라 한선자 황영순 시인의 '감성'에 김남곤 허소라 유대준 소재호 송 희 시인의 '품격'까지 갖춘 작지만 알찬 전집이다.

 

평소 문단에서 '아이디어 뱅크'로 통하는 김 영 회장은 2008년 경남 통영에 있는 청마문학관(유치환 문학관)이 그 지역 시인들의 시를 20편 씩 추린 작은 시집을 배포하는 것을 보고 착안했다고 말했다. 창립 40주년에 기획했던 작업이나 예산 지원이 어려워 차일피일 연기됐다가 올해 성사된 것. 김 회장은 "잘 읽히지 않는 시까지 넣느라 부피만 커진 시집을 선물하기 보다는 좋은 시만 30편 정도 추린 작은 시집이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서로 부담 없을 것이라 여겼다"면서 "김제문협 45주년 기념 때엔 수필집도 묶어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등단 50주년을 넘기고도 '문학 순정주의'를 지켜온 허소라 시인(시집'뿌리들의 합창'), 시인의 삶은 조심스러워도 기자의 삶은 거침없어야 한다고 주창해온 前 전북일보 사장 김남곤 시인(시집'어머니의 숟가락'), 현실에선 후배들과 술 먹으며 망가지더라도 시에서만큼은 품격을 잃고 싶지 않은 소재호 시인(시집'거미의 악보') 등의 서정적 목소리가 '느림의 3박자'로 쉼표를 찍는다.

 

감각적이고 담박한 문장으로 사유의 힘이 빛나는 시(시집'꽃이 그랬다')를 길어올린 김 영 시인, 삶의 진리를 다소 자극적인 음식처럼 색다른 서정시로 풀어놓는 송 희 시인(시집'구름 죽죽 찢어먹는 여자'), 삶의 고독과 고단함을 절제함과 세련됨으로 이어낸 유대준 시인(시집'등불에 그을음 피면'), 애주가로 술병 비우는 데 일가견이 있는 '헌병대장' 한선자 시인(시집'나는 장가네 족발집으로 간다')까지 때로는 차 한 잔을 나누고, 때로는 소줏잔을 마주한 시편들이다.

 

김 회장의 겸사대로 '최고'의 전집은 아닐 수 있지만, 푸석푸석해진 전북 문단 내 체력을 증진시켜준 빛나는 전집 발간이다. 난해한 실험보다는 보드라운 서정이 깃든 시를 읽노라면 덜그럭거리던 마음도 편안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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