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2-04 23:59 (Thu)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사회 chevron_right 사회일반
일반기사

[현장속으로] 추석 앞둔 사회복지시설

불경기·내년 선거 영향 후원의 손길 급감 썰렁 / 모금기관 실적도 저조

▲ 추석명절을 앞뒀지만 사회복지시설은 썰렁하기만 하다. 10일 전주 효자동 한 보육원에 아이들이 그네를 타고 있다. 보육원 강당에 있는 소망나무 트리에 아빠와 살고 싶다는 소망이 담긴 글이 적혀 있다. 추성수기자 chss78@

"추석이요? 사람들 찾아와서 같이 사진 찍고 맛있는 거 많이 먹는 날 아닌가요. 근데 올해는 너무 조용하네요."

 

추석 명절을 일주일여 앞둔 10일, 전주 삼성보육원을 찾았다.

 

이 곳에는 부모들이 미처 자녀를 돌볼 여력이 없어 잠시 맡긴 아동이나 미혼모 자녀로 태어난 아이 등 모두 68명이 생활하고 있다.

 

8살 정훈(가명)이는 엄마 얼굴을 모른다. 한 번도 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날 때부터 미혼모 자녀 보호시설인 전주 영아원에서 산 정훈이는 2년전 이 곳에 왔다. 영아원에서 골목대장 노릇을 했던 정훈이는 여기서는 개구쟁이 귀여운 동생이다.

 

같은 영아원에서 온 9살 준희(가명)와는 축구라는 공통분모로 친해져 지금은 둘도 없는 단짝이다. 연휴가 되면 다른 아동들은 부모가 찾아와 외출하지만, 이 아이들에게는 사회복지사 선생님들이 말동무이자 부모이다.

 

"엄마, 아빠 손 잡고 외출하는 형·누나들이 가장 부러워요. 올해는 매번 찾아오는 검은 양복 입은 아저씨들도 없어 심심해요."

 

11살 여자아이 은미(가명)는 2살 많은 언니 희영(가명), 2살 아래 남동생 건모(가명)와 함께 보육원에서 생활하고 있다. 남매는 추석 연휴 첫날인 18일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이날은 아빠가 한 달만에 찾아오는 날이다.

 

2년 전 이 남매는 부모가 익산과 서울로 직장을 따로 가지면서 여기에 맡겨지게 됐다. 가끔 만나는 엄마, 아빠지만 혈육에 대한 그리움은 언제나 새록새록 피어난다. 시간이 더디게 흐르지만 은미는 벌써부터 아빠를 만나면 하고 싶은 일들을 머릿속에 꼭꼭 새겨두고 있다.

 

이 아이들에게 추석을 앞둔 몇주일은 맛있는 것을 많이 먹을 수 있고, 찾아오는 손님이 많아 시끌벅적한 날이다.

 

하지만 올해는 이마저도 잠잠하다.

 

그래서 더 외로운 기분이 든다.

 

소병무 삼성보육원 사무국장은 "이맘때면 보통 각 지방자치단체와 기업에서 후원물품이 10건 이상 들어오는데 올해는 단 1건에 불과하다"며 "아무래도 불경기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사람들이 주위의 그늘진 곳을 돌아볼 여유를 잃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사정은 노인요양보호시설도 예외가 아니다.

 

박찬선 우리너싱홈 사무국장은 "내년 지방선거 출마를 염두에 둔 인사들이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 복지시설에 대한 관례적인 방문도 꺼리고 있는 것 같다"며 씁쓸해했다.

 

이에 후원기금 모금도 예년에 비해 급감했다.

 

사랑의 열매 전라북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추석 연휴 일주일전 기준 올해 총 모금액은 1억940만원으로, 2012년 같은 기간 4억2500만원의 4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명국 psy2351@jjan.kr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사회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