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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백제 왕도 전주' 시민강좌 ⑥ 궁예와 견훤

후고구려·후백제 세우고 후삼국 패권 다툰 '라이벌'

▲ 조인성 경희대 사학과 교수

△궁예의 선구(先驅), 견훤= 889년 진성여왕은 재정 부족을 이유로 사신을 보내 농민에게 세금 납부를 독촉했다. 하지만 농민들은 이에 반발해 곳곳에서 반기를 들었다. 농민봉기는 해를 넘기면서 계속됐다. 일부 농민은 떼도적이 되어 설쳤고, 지방의 세력가들은 자신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 저마다 군사를 양성했다. 이처럼 혼란이 계속됐지만 신라 정부는 이미 통제할 힘을 잃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을 틈타 가장 먼저 큰 세력을 형성했던 인물이 바로 견훤이었다. 889년 반기를 든 견훤은 892년 무진주(광주)에 터를 잡고, 왕에 버금가는 지위를 누렸던 것이다.

 

궁예는 891년 죽주(안성 죽산면)의 세력가 기훤의 부하가 됐다. 기훤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자 다음 해에는 북원(원주)의 세력가 양길의 부하가 되었다. 승려였던 궁예가 신라 말의 혼란에 뛰어들었던 것은 혼란을 이용해서 자신의 나라를 세우려는 야망을 품은 탓이었다. 그런 그에게 견훤은 선구자로 비쳐졌을 것이다. 더욱이 892년 견훤은 양길에 비장(裨將)이라는 관직을 내려주었다. 양길을 주인으로 모시고 있던 궁예는 견훤을 본보기로 여겼을 것이다.

 

견훤은 900년 의자왕의 원한을 씻겠다면서 국호를 백제라고 하고 스스로 왕이 됐다. 이를 삼국시대의 백제와 구별해 흔히 후백제라고 한다. 이듬해 901년에는 궁예가 고구려의 복수를 내세우면서 나라 이름을 고려라고 하고 왕을 일컬었다. 이를 삼국시대의 고구려나 왕건의 고려와 구별하기 위해 후고구려라고 부르거니와, 후고구려의 건국은 후백제의 건국에 대응한 것이었다. 견훤이 완산주 일대에 살던 백제 유민의 백제에 대한 향수를 자극해 건국하자, 궁예도 한산주·패강진 일대에 살던 고구려 유민의 호응을 기대하고 건국한 것이다. 이로써 신라와 후백제, 후고구려가 정립하는 이른바 후삼국시대가 시작됐다. 하지만 신라는 이미 정세를 좌우할 힘을 갖고 있지 못했다. 견훤과 궁예 두 영웅이 패권을 다투기 시작했다.

 

△궁예와 견훤의 패권 다툼= 궁예와 견훤의 첫 충돌은 906년 상주에서 벌어졌다. 궁예는 이곳을 점령해 신라를 공격할 수 있는 전진기지를 확보하려고 했다. 역시 신라를 노리고 있던 견훤도 이를 막아야 했다. 상주는 견훤의 아버지 아자개가 지배하던 곳이었던 만큼 더욱 내줄 수 없었다. 여러 차례 격돌 끝에 궁예가 보낸 왕건의 군대가 승리했고, 견훤은 907년 일선군(선산) 일대를 차지하고 궁예와 대치했다. 궁예 말년에는 이흔암이 후백제의 웅주(공주)을 습격해 차지했는데 이 때 운주(홍성) 등 10여 고을도 궁예의 소유가 됐다. 공주 일대에서도 궁예와 견훤이 일전을 겨뤘는데, 궁예가 승리했다.

 

궁예와 견훤은 금성(나주) 일대의 지배권을 두고 여러 차례 충돌했다. 나주 일대는 후백제의 배후였고, 또한 해상 교통의 요지였다. 궁예는 차지하고 싶은 곳이었고, 견훤은 잃어서는 안 되는 곳이었다. 909년 궁예의 명을 받은 왕건은 덕진포(영암 덕진면) 일대에 화공으로 견훤의 대군을 격파하니 견훤은 작은 배를 타고 겨우 귀환했다. 이어 왕건은 견훤 편이었던 해상세력가 능창을 잡아 궁예에게 압송했다. 910년 견훤은 몸소 보병과 기병 3000명을 이끌고 나주성을 포위했는데 궁예가 해군을 동원해 이를 물리쳤다. 912년에는 다시 덕진포에서 전투가 벌어졌는데, 이때에는 궁예가 직접 원정해 견훤을 무찔렀다. 이후 나주 일대는 궁예의 소유가 되었다. 견훤을 본보기로 삼아 세력을 모으고 건국했던 궁예였지만, 그 후 견훤과 여러 차례 격돌해 승리를 거둬 궁예는 전국의 3분의 2를 차지면서 큰 세력을 떨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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