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자정리(會者定離)라는 말이 있다. 불교에서, 만난 사람은 반드시 헤어진다는 뜻으로, 인생의 무상함을 이르는 말이다. 그런데 이 말은 만났던 사람들이 헤어질 때, 석별의 정을 나누면서 헤어짐의 당위성을 합리화하기 위해 인용되는 말로 변질되어 버렸다.’
수필가 이희근씨가‘만남의 철학’을 꺼냈다. 그의 3번째 수필집 〈아름다운 만남〉(오늘의 문학사)을 통해서다.
저자는 책머리에서 ‘만남’을 이렇게 정리했다. ‘인간 최초의 만남은 출생이다. 태어나면서부터 부모, 가족, 친지, 친구, 직장동료와 상사 등 많은 사람과 만난다. 외연을 점점 넓혀가면서 만남은 계속되지만, 헤어지는 순간도 반드시 따르게 마련이다. 새로운 만남과 헤어짐의 반복이 인생이요, 회자정리라는 말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다.
최후의 헤어짐은 죽음이다. 죽음은 회자(會者)가 만남을 중단하며 지금까지의 만남을 정리(整理)하고 떠나는 것이다. 그것을 정리(定離)라고 표현했다. 따라서 회자정리라는 말은 탄생에서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인생의 전 과정을 함축적으로 가장 잘 표현한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에게 수필 역시 만남의 문학이다. “날이 새는 줄도 모르고 수필과의 만남을 소중히 여겨왔다. 세 번째 수필집을 통해 수필과의 만남을 회자정리라는 말로 정리하고 싶다”며 “자연과 인간이 만나고 어울리는 아름다움을 문학을 통해 표현하고 싶다”고 밝혔다.
오하근 문학평론가는 “교육자와 체육인, 문학인으로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정신, 육체, 예술, 기술, 세속, 종교 등의 만남과 어울림을 기록하고 있다”며 “만남과 어울림이 헤어짐을 전제하듯, 그의 글은 회자와 정리를 철학적으로 잘 풀어내고 있다”고 평했다.
이번 수필집은 ‘손자의 큰 선물’, ‘감 한 개 때문에’, ‘영원한 포터’, ‘아들의 한 수’, ‘단청 구경하는 할머니’ 등 5부로 구성돼 있다.
전주 한별고 교장으로 정년 퇴임한 저자는 2009년 계간 ‘문학사랑’ 수필 부문 신인상으로 등단했으며, 원종린수필문학상 작품상을 수상했다. 수필집〈산에 올라가 봐야〉 〈사랑의 유통기한〉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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