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09 05:03 (Sun)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문화 chevron_right 문학·출판
일반기사

[2014 전북일보 신춘문예 수필 심사평] "한땀 한땀 '뜨개질 구성' 돋보여"

▲ 송준호 우석대 문예창작과 교수

붓 가는 대로 쓰는 것이 수필이라고 했다. 옳은 말이되, 사실은 그렇지 않다. ‘붓 가는 대로’ 쓰다 보면 제대로 정돈되지 않은 주관적인 감상이나 관념을 장황하게 나열하기 십상이다. 이야기의 전후맥락을 살피지 않고 신변잡기를 단선적으로 풀어놓기 일쑤다. 읽는 맛을 낸다고 멋스러운 단어를 고르는 일에 집착하기도 한다. 자신이 쓴 글로 읽는 이와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어깨동무를 하고 가야 하는데, 제 흥에 도취되어서 멀찍이 앞서가는 우를 범하기도 한다. 그러니 읽는 이는 감동을 얻기 어렵다.

 

적잖은 공을 들여서 썼을 것으로 짐작되는 박금아(가명)의 <유산> , 박세정의 <슬픔은 내 삶의 원천> , 허숙영의 <화로> , 윤미애의 <박> , 전성옥의 <가로수의 마지막 여름> , 박시윤의 <빗살무늬토기> , 이정인의 <마당> 을 읽으면서 든 생각이 그랬다. 이 일곱 편의 수필을 쓴 이들은 하나같이 사물을 바라보는 눈길이 깊고 따뜻하다. 문장력도 웬만큼 갖추었다. 그건 분명 수필가의 중요한 덕목 중 하나다. 그런데 이 작품들에는 읽는 이의 마음을 울릴 수 있는 삶의 진솔한 얘기가 부족했다.

 

당선작으로 고른 한경희의 <뜨개질> 은 그런 점에서 앞선 일곱 편과 달랐다. 제목 그대로 이 작품의 글감은 ‘뜨개질’이다. 작중화자가 어린 시절에 곁에서 보았던 어머니의 뜨개질하는 모습과, 과거에 자신이 사랑했던 남자를 위해 손수 뜨개질했던 일을 한 땀 한 땀 ‘뜨개질하듯’ 구성한 점이 돋보였다. 한때 ‘그’를 사랑했던 작중화자의 애잔한 감정에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서 보았던 인고의 시간을 교차시켜서 잘 녹여내었다. 읽는 이에게 들려주고 싶은 얘기를 조금 더 유연한 문장으로 빚어낼 수 있는 능력만 보완한다면 앞으로 좋은 수필을 쓸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북일보 desk@jjan.kr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