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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uary 17, 2014

미국에서 한국 학생은 수학 잘하는 천재지만 독서수업은 취약했다

▲ 온태현 전주사대부고 1년
나는 시험 기간에 선생님의 따가운(!) 눈총을 받는 일이 종종 있다. 아니, 교칙을 어겨서도, 버릇없게 군 것도 아니다. 우리의 미래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시험 기간에 책을 꺼내 읽는다는 이유다. 처음에는 그 이유를 전혀 몰랐기 때문에 그려러니 하고 넘겼으나 하루는 선생님께서 내 머리를 탁! 치며 말씀하셨다. “다를 애들 다 공부하는데 너만 딴짓하냐? ” 그런데 생각해보니 조금 이상하다. 독서도 당연히 공부의 한 부분이다. 모든 교과 수업의 시작은 교과서를 읽는 것으로 시작한다. 또한 복습과 시험공부도 책을 읽으며 다시 되짚어보는게 기본이다.

 

그런데 책 읽는 것은 공부가 아니라니! 참으로 모순되는 말이다.

 

한국에서 초등학교를 마치고 미국에서의 중학교 졸업, 그리고 고등학교 일학년 과정을 수료하면서 배우고 느낀게 정말 많다. 물론 미국이라고 다 좋은게 전혀 아니었다. 사회적인 문제들도 한국에서 간간이 듣는 것과 그 속에서 직접 체험하는건 다르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현재 미국의 공립학교는 맘놓고 갈 곳이 아니라는건 확실하다. 하지만 내가 다녔던 사립학교(유학생 신분으로는 공립학교 입학 불가)에서 ‘와 이런건 정말 괜찮은 방법이구나’ 했던 것이 몇가지 있다. 하나를 꼽자면 독서의 중요성 이다. 아무것도 모르고 어리버리한 한국 중학생이 처음 한게 ‘그룹 독서 활동’ 이었다. 소설책 다섯권 중에서 그룹마다 한 권씩 골라 같이 읽으며 수업을 진행하는 방식이었다. 선생님께선 우리가 매일 밤 한 단원씩 책을 읽어오게 하셨고 그 내용을 토대로 토론을 하고, 발표도 하며, 단어도 배우고, 문법도 공부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말하기도 늘고, 쓰기도 늘었다. 그럼 시험은 어떻게 보냐고? 시험은 내가 한국에서 보았던 시험이랑은 사뭇 다르게 진행된다.

 

어찌보면 대학교에서 보는 시험을 연상시키는 시험이었다. 번호를 고르는 문제와 단답형 문제도 조금 있었지만 진짜 핵심 문제는 많아야 세개였다. 요구하는 바는 간단했다. ‘당신이 읽은 책이 말하고자 하는 요점은 무엇이며, 그에 대한 당신의 의견은 무엇인가?’ 혹은 ‘당신의 의견이 그러하다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이유와 증거를 서술하라’ 등의 질문이었다. 당시 나는 그 첫 시험을 망쳐버리고 말았다. 수업, 시험공부, 시험과 소설책, 나의 의견을 완전히 다른 분야로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매서운 첫 경험 이후에도 몇번 더 넘어지고 깨진 후에야 공부는 그저 정도껏 외우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익숙해졌다. 나는 책이 나에게 알리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깊이 이해하고 시간을 들여 생각하는 일이 공부라고 생각한다. 내용물을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었는지 알아보는 일이 시험이란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런데 한국으로 되돌아온 지금 또 다시 암기 전쟁을 하고 있다. 수 많은 공식들을 외우고, 조선시대 시조들을 외우면서 정말로 그것들을 제대로 ‘공부’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꼭 시험 보는 방법을 배우는 것 같다. 문제들을 풀고 나면 벌써 암기한 내용들이 가물가물 해져간다. 나 스스로 느끼는 우리나라 학생들의 학력 수준은 정말이지 대단하다. 오죽하면 한국에서 수학을 잘한다는 소리를 한 번도 듣지 못한 내가 미국에서는 수학 천재라는 칭찬을 들었을까. 나 뿐만 아니라 미국 학교에 다녔던 거의 대부분 한국 학생들도 항상 미국학생들은 우리를 ‘역시 한국인이다! 쟤내들은 천재야!’ 라고 평했다. 하지만 이런 한국천재들은 책을 읽고 진행하는 수업에는 언제나 취약했다. 발표나 글쓰기도 마찬가지. 모두들 독서는 마음의 양식이고 인생에 도움이 되니 무조건 읽으라고 한다. 하지만 학교에서 독서를 “딴 짓” 이라고 한다면 책이 어떻게 삶을 풍족하게 바꿀 수 있는지, 진짜 인생 공부가 무엇인지 경험하지 못 할 것이라는 생각이든다.

 

△ 온태현 학생은 미국 워싱턴주 올림피아시 소재 NCHS 고등학교 1학년을 수료하고 일본 후쿠오카 야나가와 고등학교를 입학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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