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향과 맛 만드는 과정, 인생과 닮아" / 대학 방문 손님에게 '한잔의 여유' 대접도
원두커피 처럼 갑작스럽고 가파르게 사람들을 사로잡는 음료도 드물다.
불과 몇년전까지만 해도 ‘역시 믹스커피가 최고’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던 사람들이 이제는 인스턴트 커피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있다.
관심이 커지면 전문가도 덩달아 늘어나는 법이다. 커피분야의 전문가는 바리스타다.
지금도 쟁쟁한 커피 장인들이 ‘최고수’를 꿈꾸며 강호에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전북지역에서도 내로라하는 커피장인들이 각자의 이름을 내걸고 최상의 커피를 만드는데 여념이 없다.
이 가운데 전주기전대학 여영규 교수(50)도 빼놓을 수 없다. 여영규 교수는 얼핏 커피와는 무관해 보인다. 현재 임상병리과 교수이자 입학학생처장을 맡고 있다.
전공과는 한참 동떨어진 바리스타와 단순히 인연을 맺은 것에 그치지 않고, 연구와 관심을 기울인 끝에 전북은 물론 전국에서도 인정받는 바리스타가 됐다.
지난 2006년 원두커피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여 교수는 전북지역에서 바리스타 1세대, 혹은 1.5세대로 분류된다.
여 교수가 바리스타에 입문한 이유도 재미있다.
“지난 2006년 전주기전대학이 전북지역에선 처음으로 커피바리스타 프로그램을 평생교육원 과정에 개설했습니다. 당시 코디네이터로 참여했는데, 수강생들과 수업을 들으면서 커피의 매력에 빠져들었죠. 신세계를 발견하게 됐다고 해야 할까요. 업무의 연장으로 커피에 입문한 셈이지만 이제는 커피와 뗄레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됐습니다”
제대로 된 원두커피, 그리고 바리스타의 세계에 눈을 뜬 그는 제대로 된 커피를 구현하기 위해 몇년째 밤낮을 잊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의 커피에 대한 애정은 대학에 호텔소믈리에바리스타과를 개설하는 디딤돌로, 학교기업(파바로쏘)을 배출하는 단초가 됐다.
현재 그가 보유한 커피관련 자격증은 5개. 커피바리스타 1급, 커피지도사 1급, 향미평가사 2급, 로스트마스터 2급 등이다. 자격증만 보면 로스팅은 물론 바리스타를 교육할 수 있는 일관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농림축산부에서 인가를 받은 (사)한국커피협회 이사로 활동하면서 전국의 커피 명인들과 다양한 교류에 나섰고, 자연스럽게 ‘원포인트 레슨’을 받으며 내공을 한뼘씩 키웠다.
무엇보다 그는 공적으로나, 사적으로 커피를 마케팅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중요한 손님이 대학을 방문할 때마다 그는 앞치마를 두르고 커피를 정성들여 추출해 대접한다. 교수가 직접 내놓는 커피 한잔의 감동과 여운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선물인 셈이다.
교수라는 사회적 지위를 접고 앞치마를 입을 수 있는 이유도 제대로 된 커피를 추출하겠다는 장인정신에서 비롯됐다.
그는 매일 새벽에 일어나서 커피를 마신다고 한다. “공복상태에서 들이키는 커피 한잔은 하루를 왕성하게 활동하게 하는 각성제이자 영양제”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솔직히 커피는 씁니다. 달콤하지만은 않습니다. 그리고 커피의 다양한 향과 맛을 내는 과정은 고통의 연속이라는 우리 인생과 닮았습니다. 커피를 로스팅할 때,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내리거나 에스프레소머신으로 크레마가 풍성한 에스프레소를 내릴 때, 눈·코·혀로 맛을 느낄 때, 과정은 고단하지만 행복감은 커집니다.”
그는 “하루평균 3~4잔의 커피를 마시고, 한잔을 마셔도 제대로 된 커피를 마시려고 노력한다”면서 “나만의 커피세계를 갖다는 것은 어쩌면 인생의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는 에너지를 충전하고 삶의 여유를 찾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그가 오늘도 로스터와 씨름하면서 한잔의 커피에 천착하는 이유이다.
그는 오늘도 행복하다.
● 바리스타란 원두 선택부터 맛과 향 조언까지…커피 만드는 전문가
바리스타(Barista)는 이태리어로 ‘바 안에서 만드는 사람’을 말한다. 칵테일을 만드는 바텐더와 구분해서 커피를 만드는 전문가를 지칭한다. 좋은 원두를 선택하고 커피 머신을 완벽하게 활용하여 고객의 입맛에 최대한의 만족을 주는 커피를 만들어내는 일을 한다.
바리스타는 무엇보다도 먼저 커피의 선택과 어떤 커피 머신을 사용할 것인지, 어떻게 커피머신의 성능을 유지시킬 것인지에 대해 알아야 하며 완벽한 에스프레소를 추출하기 위한 방법을 알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커피가 어떻게 생산되고, 여러 종류의 커피가 각각 어떤 향과 맛이 나며, 어떤 특징이 있고, 무슨 빵과 잘 어울리는지 등 커피에 관한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 아울러 손님에게 커피에 관한 조언을 해줄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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