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비용과다 일괄공채 바꿀 시점 왔다" / 맞춤형 인재 수혈받는 상시채용 시스템 필요
"글로벌 기업에서는 상시 이력서를 받아놓고 6개월 만에 연락을 주는 사례도 허다합니다.
우리도 일괄공채 프레임을 바꿔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김판중 경제조사본부장) "대기업들의 대규모 공채는 이제 한국과 일본에만 남아 있습니다.
기업이 원하는 건 범용인재가 아니라 개별기업에 적합한 직무스펙을 갖춘 맞춤형 인재입니다.
"(대한상공회의소 박재근 노동환경팀장) 삼성그룹이 대학총장 추천제와 서류전형 부활을 핵심으로 도입하려던 새 채용제도를 2주 만에 사실상 백지화하자 재계와 경제단체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리 기업의 채용문화를 되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여러 기업과 경제단체 관계자들은 수십년 동안 뿌리 깊은 관행으로 고착화한 '봄·가을 일괄공채'의 효율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대학가와 취업준비생들에게 혼란을 초래한 삼성의 전략 부재와 절차적 하자는 마땅히 비판받아야겠지만 제도 도입의 취지 자체는 재평가해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 '대규모 공채 이제 바꿔볼 때' 대한상의 박재근 팀장은 "삼성이 제도를 바꿔보려 한 배경은 사회적 비용과 부담이 너무 컸기 때문"이라며 "대규모 공채는 필연적으로 스펙 경쟁을 불러오는데, 그렇게 많은 비용을 치르고도 정작 기업은 원하는 인재를 뽑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박 팀장은 "민간기업의 채용에 공무원 시험이나 국가고시 수준의 공정성을 요구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이 도입하려던 총장 추천제의 대학별 할당 인원이 공개되면서 지방대·여대홀대론, 지역차별론 등 온갖 비판이 들불처럼 일어났지만, 일각에서는 특정기업의 채용 전형방식에 대한 사회적 개입이 지나친 측면이 있다는 말도 나온다.
삼성그룹 내부에서는 이번 채용제도 논란이 '삼성공화국론' 등의 반(反) 삼성 정서로 이어질까 봐 매우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대기업의 한 인사 담당자는 "삼성의 시도가 의도와는 달리 '대학 줄세우기'로 해석되면서 강력한 역풍을 만나 좌초했는데, 다른 기업들 입장에서도 '남의 일'은 아닌 것 같다"고 재계 분위기를 전했다.
안종태 강원대 교수(인사관리학회장)는 "기업차원에서 다양한 제도 도입으로 인재를 확보하려는 노력은 더 장려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캠퍼스 리크루팅·시연회 등 활용해야 삼성전자의 경쟁사인 애플은 창의적 사고를 지닌 인재를 선점하기 위해캠퍼스 리크루팅을 활성화한 것으로 유명하다.
또한 웹(web) 리크루팅, 캠퍼스 시연회에도 적극적이다.
HP는 캠퍼스 리크루팅과 인턴십을 결합하고 HP 유니버시티 등 다양한 경로로 인재를 수혈받는다.
HP의 경우 서류전형에서 미국내 주요 대학 MBA 이수자로 자격을 한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티그룹은 특정대학을 중심으로 타깃 리크루팅을 한다.
구글도 공채 제도 없이 대학 추천을 받는다.
구글은 서류전형 통과자에 한해서는 5∼6회 이상의 심도 있는 인터뷰를 거쳐 필요한 인재를 골라낸다.
경총 김판중 본부장은 "우리 기업들도 캠퍼스 리크루팅을 하지만 아직 리크루팅문화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단순히 기업설명회 차원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면서 "큰 그룹들이 계열사별로 실질적인 상시 리크루팅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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