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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방법

먼저 배우고 생각하며 우리 자신을 성찰한 뒤 포기하지 않고 노력을

▲ 문경득 전주대 사학과 박사과정
많은 젊은이는 지금 우리가 사는 세계가 옳지 않으며, 반드시 바꿔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은 그저 마음만 있을 뿐,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알지 못해 자포자기하거나, 무작정 이리저리 좌충우돌하다가 좌절하고 만다. 필자 또한 마찬가지였다. 다만 차마 포기할 수 없어 끊임없이 배우고 생각해보니, 세상을 바꾸는 방법에 대해 조금은 알게 된 듯하여 그 내용을 공유해보고자 한다.

 

세상을 바꾸고자 할 때 가장 먼저 알아야 할 것은 바로 ‘영향력의 원’이라는 개념이다. 이는 한 개인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범위를 뜻한다. 이 말은 반대로 영향력의 원 밖에 있는 것들에 대해서는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바꿀 수 없음을 뜻한다. 따라서 우리의 노력은 바로 이 ‘영향력의 원’ 안에 존재하는 대상에게 집중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사람에게 영향력의 원은 좁다. 이 때문에 바꿀 수 있는 범위도 적다. 그래서 우리는 쉽게 한계에 부딪힌다. 그나마 요즘엔 SNS가 등장해서 조금 나아진 것처럼 보이지만, 이 역시 약간의 범위가 늘어났을 뿐, 여전히 한계는 명확하다. 또한 영향력의 원안에 있다고 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친인들조차, 아니 나 자신조차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없다.

 

나 역시 이런 한계에 좌절했지만 그래도 포기할 수 없었던 시절, 소쉬르의 〈일반 언어학 강의〉를 읽으면서 약간의 단초를 얻었다. ‘언어는 어떻게 변화하는가?’라는 화두를 가지고 책을 읽다 보니, 언어의 변화는 생물의 진화와 닮아 있었다. 변화되는 환경에 잘 적응한 생물만 살아남듯, 변화되는 세계를 정확하게 표현한 말과 글이 언어에 수용되었을 때 언어가 변화했다. 즉, 한 개인이 보다 세계를 정확하게 표현하기 위해 내뱉은 ‘발화(發話)’가 다수에게 수용되어 언어에 반영되는 것이었다.

 

다만 이 변화는 단숨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작은 변화가 누적되어 일어나는 것이었다. 그래도 나는 개인의 발화가 언어를 바꾸듯, 개인이 세계를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을 보았다. 세상을 바꾸는 수단은 우리가 가진 유일한 도구인 언어와 행동이었다. 언어로써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주고, 행동(혹은 노동)으로써 세계에 영향을 주다 보면, 작은 변화가 누적되어 언젠가는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재발견’한 것이다.

 

이렇게 개인이 세계를 바꾼 가까운 예로 ‘민주화’가 생각났다. 현 대통령의 아버지인 박정희가 대통령으로 있던 군사독재 시절만 해도, 재판을 끝내자마자 사형을 집행해 죽여 버리는 ‘사법살인’이 가능한 나라였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 바쳐 노력한 끝에 군사독재를 끝내고 1987년 정치적 민주화를 이루어냈다. 즉, 수많은 개인들의 노력 끝에 군사독재라는 폭력을 몰아내고 대한민국을 바꾼 것이다.

 

따라서 현재는 감히 감당할 수 없어 보이는 신자유주의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사실 이는 근대의 성격과 맞닿아 있기 때문에, 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이다. 다만 지금처럼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행동할지 알 수 없는 단계에서는 먼저 배우고 생각하며 우리 자신을 성찰해야 한다. 그래야만 세계를 바꾸기 위해 우리가 말해야 할 것과 행동해야 할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연후에 포기하지 않고 노력해야 한다. 조급해하지 말고 내 영향력의 원 안에서 변화의 결과물들을 쌓아야 한다. 그렇게 한다면, 보다 나은 세계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것은 역사가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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