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호 시인 새 시집 〈그 긴 여름의 이명과 귀머거리〉
‘딱 맞고 가뿐한 옷을 입은 듯 군더더기 없이 칼을 휘드르는 그는 역시 고수였다. 그는 이번 시집에서도 누구 시인지 이름 없어도 대번에 알아볼 수 있을 예의 특출한 검법으로 독자를 사로잡는 휘황한 검광을 뿌리고 있다.’
조기호 시인의 새 시집 <그 긴 여름의 이명과 귀머거리> 에 붙인 평론가 호병탁 시인의 평이다. ‘인간과문학사’(발행인 서정환)가 조 시인의 이번 시집을 ‘빛나는 시 100인선’21번째로 선택했다. 그>
시력 60여 년 동안 1000편이 넘는 전통 서정시를 써온 조 시인은 그동안 16권의 시집을 냈으며, 1권의 시집을 이번에 더 보탰다.
‘시가 삼백이면 옳지 못한 생각이 없다는 말이 있지만, 조 시인은 이미 이를 넘어서 어떤 경지에 이르고 있는 것 같다. 이제 그가 자연에서 낚아채 우리에게 내미는 서정은 금산사에 만개한 벚꽃처럼 절정에 치닫고 있다.’
시집에 담긴 ‘귀신사 남근석’을 분석한 호병탁 시인의 찬사가 이렇게 이어졌다.
‘혼돈의 세월’‘천년 학’‘하늘 우는 소리’‘곁’‘전주성’‘동화’‘잿배기마을 우화’등 7부에 걸쳐 99편의 시편마다 시인 특유의 해학이 질퍽하게 묻어난다. 서민들의 애환을 짠한 눈길로, 그렇게 만든 사회를 향해 날카로운 시선도 만날 수 있다. 아파트의 아침, 생일빵, 아침 출근길, 술안주 등과 같은 주변의 일상이 소재가 되기도 하고, 전봉준 장군이 체포됐던 ‘피노리’ 등 역사적 장소와 ‘석정 시인’‘눈먼쟁이 진동규’ 등 인물이 시로 형상화 되기도 했다.
시인은 “옛날 같으면 나이 열일곱에 호패를 차고 시집도 갈 나이인데 이 녀석이 자꾸만 늙어지려 한다. 내가 사는 일은 내 시가 자울자울 졸지 않고 늙은 시 안 되도록 깨우는 것이다”는 간단한 인사로 시에 대한 식지않는 열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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