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개체수 유지해 도심 속 생태계 일원으로 공생할 수 있는 방안 필요
오늘도 어김없이 아파트 화단 한 구석에 살고 있는 길고양이를 부른다. 이른바 캣맘(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고 자발적으로 보호활동을 하는 사람)을 자처하는 친구의 이야기다.
이 친구가 길고양이인 냥냥이를 만난 건 올해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평소에도 고양이를 좋아했던 그 친구의 눈에 유달리 경계심 없이 잘 따르는 길고양이가 들어온 것이다. 처음에는 그냥 지나다니면서 한 번씩 쓰다듬어 주던 것이 어느 날 부턴가 미리 사둔 고양이 간식을 주기 시작했다. 그러다 초여름 즈음 냥냥이가 새끼를 낳게 되자 아예 사료를 구입하여 주기적으로 밥을 주었고, 박스를 이용하여 튼튼한 집까지 마련해 주었다.
냥냥이는 귀여운 검정 무늬 새끼를 낳았다. 하지만 태어난 지 두 달여가 지났을 무렵 새끼 고양이는 집으로부터 상당히 떨어진 아파트 주차장에서 죽은 채로 발견됐다. 주차장을 지나가던 차에 치인 것으로 보였다. 로드킬을 당한 것이다.
새끼 고양이를 잃은 슬픔은 쉬이 사라지지 않았다. 짧은 다리로 팔짝팔짝 뛰놀던 새끼 고양이의 모습이 선연히 떠올랐다. 어미인 냥냥이에게 괜히 죄를 지은 것 같은 마음에 슬픔은 더욱 커졌다. 하지만 마냥 슬퍼할 수만은 없었다. 냥냥이가 다시 임신을 하여 이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친구는 구청에 문의하여 고양이 중성화 수술인 TNR(Trap-Neuter-Return)을 시키기로 했다. 동물병원으로 보내졌던 냥냥이는 며칠 뒤 한 쪽 귀 끝이 살짝 잘려 원래의 자리로 돌아왔다.
우리 주변에는 냥냥이와 같은 많은 길고양이들이 살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로드킬과 각종 질병의 위험, 그리고 추위와 배고픔을 이기지 못하고 대부분 2~3년 이내의 짧은 삶을 살게 된다. 여기에 인간들의 무자비한 폭력이 더해져 하루하루를 두려움에 떨며 살아가고 있다.
길고양이들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길고양이들로 인해 교통사고가 증가한다던지 쓰레기를 뒤지고 발정음과 같은 소음을 낸다는 이유로 극도의 혐오감을 나타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길고양이를 잡아 안락사를 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자생적으로 살아가는 길고양이는 안락사를 시키더라도 개체수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나게 된다. 자신들만의 영역을 짓고 사는 고양이의 특성상 한 영역에서 고양이가 사라지면 다른 영역의 고양이가 번식해 들어와 오히려 개체수가 느는 ‘진공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1990년대부터 유럽과 미국에서는 TNR 사업이 진행됐고, 우리나라에서도 2002년 과천시를 시작으로 전국 주요도시로 확대되고 있다. TNR을 시킬 경우 장기적으로 길고양이의 개체수가 감소되는 효과가 있고, 고양이 특유의 발정음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길고양이의 개체수를 적정수준으로 유지하여 주민의 불편을 줄이면서, 이와 함께 길고양이의 복지를 생각하여 인간과 공존하는 일종의 타협책인 것이다.
지구는 인간의 전유물이 아니다. 길고양이들은 이전부터 인간들과 생활 터전을 공유하며 살아왔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도심 생태계의 일원으로서 함께 살아갈 것이다.
따라서 이들에 대해 극단적인 태도를 취하기보다는 관심과 이해를 통해 생태적으로 공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머리를 맞대면 얼마든지 길고양이와 인간의 충돌을 완화할 수 있다. 길고양이들과의 행복한 공존을 위해 대화와 협의를 나누고 지혜로운 합의점을 찾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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