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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동안 묻힌 부안 고려청자 - (상)유천리 가마터 현황

1934년 일본인이 최초 발견…98년 이후 조사 멈춰 / 부안청자박물관에도 파편 보관…터 훼손 날로 심각

▲ 부안 보안면 유천리 가마터.

부안 유천리는 전남 강진에 버금가는 고려청자 가마터다. 인식 부족일까, 경제적인 문제 때문일까. 유천리 가마터의 시간은 1998년에 멈춰 있다. 이후 16년이 흘렀다. 13세기 전·후반에 걸쳐 비색청자와 상감청자 등 대표적인 작품들이 주로 제작됐던 유천리 가마터의 고려청자와 기와, 초석 등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다행히 내년 유천리 가마터 12호 일대에 대한 문화재 발굴 조사가 계획돼 있지만, 심하게 훼손된 유물·유적을 수습하는 데는 상당한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본보는 2차례에 걸쳐 부안 유천리 가마터의 현황을 살펴보고, 이와 유사한 사례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 등을 찾아본다.

 

전북 부안군 보안면 유천리에 있는 널따란 대지. 차량 한 대가 바듯이 들어갈 만한 길가의 양 옆 흙더미에서 무언가가 햇빛을 받아 반짝거린다. 허리를 숙여 살펴보니 흙으로 빚은 보물, 도자기 파편이다. 손가락 한마디나 성인 주먹만한 도자기 조각들은 제 자리를 찾으려는 듯 빛을 내며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면적 1만5000㎡(4537평)의 지표면 곳곳에 크고 작은 사금파리가 산재된 이곳은 고려청자 가마터. 유천리 가마터는 일제강점기인 1934년 일본인 노모리켄에 의해 최초로 발견·조사됐으며, 1963년 국가 사적 제69호로 지정됐다.

 

그러나 낮은 구릉지대에 형성돼 있던 유적들은 농지 확장 등의 이유로 파괴되고, 청자 파편의 무분별한 채취가 이어지면서 몸살을 앓고 있다. 보호 조처도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1988년 원광대학교박물관의 유천리 27·28호에 대한 발굴 조사 이후 변변한 조사조차 실시되지 못했다.

 

단지 개인 연구자들에 의한 지표 조사 수준의 개별적인 조사만이 이어졌다. 1966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유천리 12호를 중심으로 한 도자 파편의 퇴적층 조사가 진행된 뒤 1993년에 이르러 부안 지역의 가마터에 대한 최초의 종합적인 현황 조사가 원광대학교 마한백제문화연구소에 의해 이뤄졌다. 1997년에는 부안청자박물관을 건립하기 위해 유천리 7구역에 대한 시굴 조사가 시행된 바 있다.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박물관에는 유천리 출토 청자가 5000여 점 소장돼 있는데, 일제강점기에 정읍에 살던 일본인 후까다가 부안 유천리 12호 가마터에서 도굴해 보관하고 있던 것을 1958년에 구입한 것이다. 이 유물들의 일부는 1983년 이화여대 박물관에서 출간한 ‘부안 유천리요 고려도자’라는 도록에 소개된 바 있다.

 

또 일부 유천리 청자 파편은 동원 이홍근 선생의 소장품에 들어갔다가 1980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됐다. 원광대학교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던 청자 파편은 2011년 부안청자박물관으로 관리 이관돼 보관 중이다.

 

이들 유물은 국립중앙박물관과 이화여대 박물관, 부안청자박물관에 흩어져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화여대 박물관에서 보관하고 있는 청자 파편은 도록에 소개됐을 뿐 전체 공개는 이뤄진 적이 없어 학계에서도 제대로 된 연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부안청자박물관 관계자는 “유천리 가마터에 대한 초창기 조사가 이뤄질 때만 해도 파편들의 상태가 양호했지만 방치된 채 여러 날이 지나면서 훼손 정도가 심해 이제는 지표면에서도 사라지고 있다”며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트랙터나 콤바인 등 급속한 기계화까지 겹쳐 지난 16년간 유물의 변화 속도와 800여년의 세월이 비등해졌다”고 말했다.

문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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