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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삶의 가치를 묻다

곽진구 8년만에 여섯번째 시집 〈꽃에게 보내는 엽신〉

시와 동화를 넘나들며 창작활동을 하는 곽진구 시인의 6번째 시집이 나왔다. <꽃에게 보내는 엽신(葉信)> (인간과문화사)이라는 제목처럼 꽃과 인간사에 대한 그만의 재치와 이야기가 압축됐다.

 

곽 시인은 “8년 만에 묶는 시집이어서인지 게으름의 흔적을 곳곳에서 만난다”며 “80편의 시를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고 연도별로 나눠 구성했다”고 짧은 서문을 적었다.

 

그가 제목으로 지은 엽신은 말 그대로 잎사귀에 쓸 정도의 짧은 편지다. 표제작인 이 시의 수신자는 단연 꽃이다.

 

‘멀리 간 친구로부터 소식이 없다/그곳이 어디더냐?/춥더냐? 덥더냐? 살만하더냐? 좋아하는 술은 있더냐?/아직도 루머가 돌더냐?’라고 벗의 안부를 묻고 이어 ‘여긴 여전히 달이 뜨고 달이 지고/사랑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그런 여자가 살고/그런 여자에게서 헤어나지 못하고,/푹 빠져 살고/나는 그 여자의 집을 열심히 고쳐주고, 밥 얻어먹고’라며 자신의 안위를 전한다.

 

호병탁 문학평론가는 이 시점을 평범한 남자의 일상을 ‘별 볼 일 있는’삶의 가치로 치환한다고 해석했다. 평상의 삶에 목표를 두고 그 진실을 강조한다는 것. 노동을 통해 사람답게 사는 삶, 그대로의 가치에 주목했다.

 

곽 시인은 “살다 보니 삶에 대해 경고해주는 것들이 많았다”며 “산이며 들이며 강이며 바람이며 꽃이며 해며 사람이며 먹먹한 소나무며 이런저런 것들, 돌아보니 내 곁엔 늘 경고음이 들렸다”고 창작력에 대한 기원을 밝혔다.

 

아울러 “경고음이 시를 말했고 나를 깨닫거나 알게 만들어 주었다”고 보탰다.

 

그 경고음의 하나로 봄을 맞아 찬란하게 핀 꽃을 두고 ‘봄날 해우소’라 이름 붙인 그는 ‘산에 꽃이 똥을 쌌다/냄새가 참 좋다/그래서 물었다/너는 참꽃이냐, 개꽃이냐’라며 치기어린 예찬을 보냈다.

 

곽진구 시인은 남원 출신으로 원대 한문교육과와 동대학원 한문학과를 졸업했다. 지난 1988년 <예술계> 에 시, 1994년 <월간문학> 에 동화가 당선돼 등단했다. 2001년 전북시인상, 2004년 전북문학상을 수상했다. 저서로 시집 <사는 연습> , <그대에게 가는 먼 길> , <짝> , <그 말이 아름답다> , <사람의 집> 이 있다. 동화집 <빨간 부리 뻐꾸기> , <엄마의 손> , <아빠의 비밀> 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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