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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삶의 질

▲ 객원논설위원

을미년이 밝았다. 새해 들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중 첫번째는 나이 먹음이다. 남녀노소가 다르지 않다. 두 말 할 것도 없이 그 중에서도 가장 나이에 관심이 많은 이가 노인들이다. 나이를 먹을 수록 신체기능 뿐만 아니라 정신기능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대개 기억력 감퇴가 가장 먼저 온다. 처음에는 사람의 이름, 다음에는 얼굴을 잊어 먹고 이어서 바지 지퍼 올리는 것을 잊고 다시 내리는 것을 잊어 버린다고 한다. 독일의 어느 학자가 한 말이라는데 그동안 나는 이 말을 인터넷 개그 정도로 알고 있었으니 묵한건가 답답한건가 모르겠다.

 

얼마나 즐기며 사느냐가 중요

 

지난해 2월부터 노인복지관에 등록을 하고 컴퓨터 공부를 시작했다. 직장에 있는 때는 그런대로 다루긴 했지만 나이 들어 가며 손을 뗐더니 영 헷갈린다. 강사의 설명을 열심히 듣고 필기까지 해가며 자판을 두드리지만 도대체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한 해 동안을 배우고도 기초를 끝내지 못해 지난 연말 또 다시 기초반에 등록했다. 좀 창피한(?) 마음에 담당자에게 물어 봤더니 대답이 괜찮다.

 

“어르신 뿐 아니에요. 등록생 열 명 중 일곱·여덟 명은 똑같아요”한다. 그게 그나마 내 자존심(?)을 지켜주긴 했다. 물론 그렇다고 신체·정신기능에 100점을 받지 못했으니 앞으로도 터덕거리긴 매한가지일 테지만 말이다.

 

지금은 전세계적으로 노령화 사회다. 우리나라 인구구조도 출산율 급감과 노령 인구 급증으로 2019년이면 노령인구가 대략 14%에 이르는 고령사회가 될 것이라는 게 통계청의 추정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고령화 진입 속도는 유럽이나 미국 일본보다도 여섯 배나 빨라 2016년이면 2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도 하다. 농촌에서 아기 울음소리가 사라졌다거나 도시에서 초등학교 입학생 수가 해마다 감소한다는 따위의 위기 신호는 영·유아 보육이나 유치원 교육과제에 묻혀 뉴스로 자리잡기도 힘들다.

 

그러므로 지금 당장 중요한 것은 노인들이 얼마나 더 사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사람답게 즐기며 사느냐가 관심사가 될 수 밖에 없다. 수명보다는 삶의 질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각급 교육기관이나 사회단체, 복지관 시설 등에서 노인들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서예·음악·운동·독서·컴퓨터·요가·무용 등 노인들이 여가 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온갖 편의시설과 기자재들도 충분히 마련되어 있다. 이런 곳에서 제2의 인생을 즐기며 노익장을 과시하는 노인들의 모습도 얼마든지 목격할 수 있다.

 

문제는 스스로 기회를 찾지 못하거나 그럴 능력이 없는 소외계층이다. 이들은 가정이나 사회에서 냉대받아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거나 뒷짐 진 뒷방 늙은이로 따돌림 당하는 설움을 속으로 삭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마땅한 위안거리나 문화적 프로그램을 관계 당국이 제공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래야 복지정책이나 선진국 진입이니 하는 장밋빛 전망을 기대할 수도 있는 것이다.

 

나이든다는 것은 덕 깊어지는 과정

 

‘인생을 아름답게 늙는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행복한 노인은 인생의 위대한 예술품이다.’ 프랑스의 시인이자 정치가·소설가인 빅토르 위고가 한말이다. 그의 작품 레미제라블에는 이런 말도 있다. ‘주름살과 더불어 품위를 갖추면 경애(敬愛)를 받는다. 행복한 노인에게는 말할 수 없는 빛이 있다’고.

 

나이가 든다는 것은 덕이 깊어지고 성숙해가는 과정이라고 한다. 죽음도 인간의 성숙이 완결 상태에 이르는 것이라는 게 동양의 사유(思惟)다. 새삼스레 노인 공경 운운할 생각은 없다. 다만 우리 사회의 어른이란 점만은 잊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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