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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당 서정주 비난하고 방치만 할 일 아니다

올해 미당 서정주 시인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 그의 시를 사랑하는 문학인들이 지난 7일 미당의 고향 고창에 모여 ‘미당문학회’를 창립했다. 김동수 시인이 초대회장을 맡고, 문효치 한국문인협회 이사장과 이근배 시인, 이성교 시인, 김남곤 전 사장, 이운룡 전북문학관장, 송하선 시인 등이 고문으로 참여했다. 다수의 미당 시 애호가들도 참석했다. 하지만 고창군수와 고창군의회 의장은 불참했다. 미당 서정주의 친일·친독재 행적이 그들의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미당은 일제의 억압이라는 암울한 터널을 시인으로 살면서 순수시인으로 유명해졌다. 그의 시에는 우리 민족의 혼과 넋이 스며들어 있다. 수많은 국민들이 미당 서정주의 순수시를 암송하고, 그의 시성을 사랑했다. 그는 백년에 한 명 나올까 말까 한 위대한 시인으로 추앙됐다.

 

하지만 친일과 친독재 행적이 드러난 뒤 미당은 비난과 단죄의 대상이 됐다.

 

193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 ‘벽’이 당선돼 시인으로 등단한 미당 서정주는 1944년 무렵에 일제 자살특공대 마쓰이 히데오를 찬양하는 ‘오장 마쓰이 송가’를 쓰는 등 조선인의 전쟁 참여를 독려하는 글을 썼다. 1981년에도 오점을 기록했다. 1981년 군부 독재자가 된 전두환 대통령 후보 텔레비전 지원 연설을 한 것이다.

 

미당은 생전에 “국민총동원령의 강제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징용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 친일 문학을 썼다”고 밝혔다. 그 스스로 허물을 인정한 것이다.

 

미당은 훌륭한 시인이었지만 일제와 군부권력 앞에서 들풀처럼 쉽게 쓰러졌다. 시대의 아픔을 달래고, 극복하고, 기필코 이겨내고 내일을 향해 달려갈 수 있는 강한 힘을 불어넣어 주어야 할 당대 최고의 지성이자 시인인 그가 절대 해서는 안될 반민족 행위를 했다.

 

그렇다고 미당 서정주의 친일·친독재가 밉다고 그 존재를 아예 없애는 것도 문제다.

 

그런 점에서 “개인과 시대가 떨어질 수 없다는 관점에서 이육사와 대비되지만 치욕의 역사도 역사인 만큼 친일과 문학적 업적은 다른 측면이다”고 한 전정구 교수(전북대 교수·문학평론가)의 진단은 현실적이다.

 

그의 친일·친독재 행적은 절대 지워지지 않는다. 그가 이룬 문학적 업적도 마찬가지다. 미당의 행적을 비난만 하고, 그의 업적을 말살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그의 시를 알아야 그의 행적도 알수 있다. 후대는 역사에서 교훈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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