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철 시장이 지난 12일 취임 이후 두번째 정기인사를 단행했다. 5급 3명, 6급 11명, 7급 12명 등 35명이 승진하는 등 모두 491명에 대한 금년도 상반기 정기인사다.
그런데 인사가 발표되기가 무섭게 여기저기서 공무원들의 한탄이 터져 나온다. ‘일 열심히 하면 뭐 하나? 대충 일해도 충성심만 보이면 승진하고 요직을 꿰차고 앉을수 있는데….’ 그들의 자조 섞인 한숨 속에는 이번 인사가 개인별 업무나 능력 평가가 아닌 줄세우기식 정실인사에다 보은·보복성 인사까지 겹쳐진 전형적인 망사(亡事)인사라는 깊은 좌절감이 깔려 있었다.
지난해 7월, 박 시장이 취임 이후 첫 단행한 정기인사 때에도 공직사회가 시끄러운 적이 있었는데 이번엔 아예 발칵 뒤집어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듯싶다. 그간의 크고 작은 인사 때마다 익산시 공직사회를 이처럼 크게 술렁이게 만들고 있으니 도대체 이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도통 모르겠다.
조직원이 공감할 수 있는 인사를 통해 능동적으로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 능력이 박 시장에겐 정녕 없다는 말인가? 흔히들 인사는 인사권자의 고유한 권한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가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기 위해서는 정당성과 합리성을 가져야 한다.
매번의 인사에 있어 보복과 보은성 인사가 뒤따르고 있다면 이는 절대로 인사권자의 고유한 권한이라고 말 할수가 없다. 인사의 대원칙은 객관적 공정성이다. 공정하지 않으면 설득력을 잃게 되고 조직의 힘을 약화시킨다.
적재적소도 중요하다. 개인별 자질과 능력, 전문성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는 관건이기 때문이다. 물론 인재를 발탁하고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이 참으로 어려운 일이며, 힘든 일인 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보다 신중하게 고민하고 또 고민해 인사를 해야 한다고 본다. 특히나 개인 사기업도 아닌 공직사회의 인사에서는 더더욱 그래야 한다.
정도에 입각한 공평무사한 인사만이 조직을 건강하게 하고 힘을 얻어 화합과 단결 속에서 더 뭉칠 수 있게 만든다.대다수 조직원들로부터 수긍 없는 인사는 그저 횡포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원칙과 기본속에서 ‘룰’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아무튼, 앞으로의 인사에서는 충성도 평가에 따른 승진이나 요직 발탁인사가 사라졌으면 한다. 객관적 능력과 자질 부족으로 그간의 승진 기회에서 매번 뒤쳐져 있다가 유일한 무기인 ‘굽신’만을 앞세우고 있는 사람들을 ‘음지 근무’로 한껏 포장해 승진시키고 요직에 자리를 앉히는 충성·보은인사는 결코 정당성과 공정성을 잃어버린 부당인사로 조직을 우롱하는 전형적인 인사전횡이기에 하는 말이다.
덧붙여, 전임 시장의 사람이라는 해괴한 논리로 가슴에 대못을 박는 보복성 인사도 이젠 그만 멈췄으면 한다.
전임 시장 시절의 직원도 현재의 시장 부하 직원이다. 정말 치졸하고 오기로 가득찬 인사가 개인에게는 커다란 상처를, 그리고 가족들에게는 감내하기 어려운 고통과 아품을 가져다 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부디 명심해 주길 바란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