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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에 박은 소리-Victor 춘향]옛 음반 활용, 창극 새 방향 제시

창극 무대에서 “하이(예스의 일본말)”·“스바라시(훌륭하다)”라는 일본말이 들린다. 해설자는 무대가 끝나기 전, 관객들에게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으라고 권한다. 이내 관객석은 휴대전화 불빛으로 일렁이고, 출연자들은 박수 소리와 휴대전화 촬영 소리가 뒤엉킨 가운데 퇴장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이 모든 과정이 어색하지 않다.

 

지난달 26일과 27일 오후 7시 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명인홀 무대에 오른 국립민속국악원의 소리극 ‘판에 박은 소리-Victor 춘향’은 창극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며 관객들의 휴대전화 속에 선명하게 박혔다. 90분 동안 관객들은 타임머신을 타고 1937년 4월과 5월의 사이로 여행을 다녀왔다.

 

‘판에 박은 소리-Victor 춘향’은 1937년 4월 30일부터 5월 4일까지 일본 빅타음반회사에서 녹음된 19장짜리 유성기 음반 전집 ‘정정렬 도창 창극 춘향전 빅타판’(총 2시간 2초 분량)을 소재로 만든 소리극이다. 이 빅타판은 당대 최고의 판소리 명창 정정렬·임방울·이화중선·박녹주·김소희, 명고수 한성준이 녹음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1937년 명창들이 판에 녹음한 소리를 국립민속국악원 창극단 단원들이 그대로 무대에 옮겼다. 판소리 춘향가뿐만 아니라 한성준 명창을 살뜰히 챙기는 김소희 명창, 후배를 위해 충고의 말을 아끼지 않는 선배의 모습 등 녹음 과정에서 벌어졌을 법한 뒷이야기까지 이질감 없이 그리고 있다.

 

작품 전반에 고루 분포된 웃음 코드와 판소리 대목을 소리한 뒤 이어지는 해설 등은 관객의 몰입도와 이해도를 높였다. 또 각 명창에 대한 배경 지식, 일화 등을 설명하는 장치도 군더더기 없는 흐름에 일조했다. 특히 마이크와 스피커 등 기계 음향을 일절 사용하지 않았지만, 오히려 극에 생동감을 부여했다. 색이 없는 조명의 세심한 활용과 의상·소품의 정갈함이 연출의 미적 감각과 조화를 이뤘다.

 

작품을 감상한 문화예술계 관계자는 “콘텐츠의 상상력 자체가 향수를 불러일으켜 눈물이 났다”며 “배우를 역할에 고정하는 것이 아닌 출연자들의 장단을 파악하고 배우에게 맞게 역할을 변화시키면서 작품이 살아났다”고 평가했다.

 

다만 공연이 현대식 극장에서 구현되면서 생긴 관객과의 거리감은 다소 아쉬운 점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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