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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가야 대규모 제철 유적지 전북서 발견

군산대 박물관 지표조사 결과 장수~무주 40km 규모 분포 / 철 생산 흔적·봉분도 많아 / 강력한 가야 소국 존재 추정

▲ 장수군 장계면 명덕리 대적골에서 발견된 슬래그(slag·철 분순물) 더미.

고대(古代) 가야의 ‘포철’이라 부를만한 대규모 제철 유적지가 장수와 무주군 일대에서 발견됐다. 주로 대형고분과 철의 보유지만 발견됐던 기존의 가야 유적지와 달리 철의 생산지가 발견돼 학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군산대학교 박물관(관장 김종수)은 장수군과 그 주변지역을 대상으로 지표조사를 실시한 결과, 30여 곳의 제철유적을 확인했다고 9일 밝혔다. 지표조사는 장수군의 의뢰를 받아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실시됐다.

 

이번 지표조사로 제철유적이 장수군 번암면에서 무주군 안성면까지 40km에 걸쳐 광범위하게 분포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2012년 군산대 박물관과 (재)전주문화유산원이 남원 운봉고원 일대에서 발견한 제철유적지를 능가하는 규모다. 당시 발견된 제철유적은 집터, 제련로, 슬래그 흔적 등으로 유적 분포 범위는 25km였다.

 

또한 정밀조사를 실시했던 장수군 장계면 명덕리 대적골 제철유적은 철의 불순물인 슬래그(slag)의 분포 범위가 1km에 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번 지표조사에 책임조사원으로 참가한 곽장근 군산대 사학과 교수는 “제철유적의 보존상태가 양호하다” 며 “철광석을 제련로에서 녹이는 과정부터 철을 추출해내는 공정까지 모든 과정을 살필 수 있다” 고 말했다. 곽 교수는 이어 “대가야국이 있었던 고령지방에서도 대규모의 제철 유적은 제시하지 못했다” 며 “호남에서 수년에 걸쳐 대규모 제철생산 흔적이 발견됐다는 건 고무적이다” 고 말했다.

 

군산대 박물관은 이번 지표조사 결과를 토대로 장수군에 강력한 가야소국들이 여러 개 존재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기존에 발굴된 200여기의 중대형 고총고분도 이에 대한 근거를 뒷받침한다. 곽장근 교수는 “봉분이 많다는 것은 국가에 강력한 권위가 있었다는 것을 방증하고, 철이 대규모 생산됐다는 것은 군사·경제적 기반이 탄탄했던 것을 알려준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수군의 제철유적이 개발된 시기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하고 있다. 단지 발견된 제철유적만을 근거로 초기철기시대 장수 남양리에서 시작된 철기문화가 고대시기에 이르러 가야 소국에 의해 발전됐고, 후백제까지 대규모 철산개발이 지속된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집중적인 발굴조사가 이뤄지지 않았고, 기록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 가야와 관련된 문헌 사료는 많지 않다. 중국 사료인 <삼국지> 와 <후한서> , 일본의 <일본서기> , 한국의 <삼국유사> 등에 단편적으로 기록돼 있다. 고고학적 유물과 문헌사를 연결해 역사적 사실을 규명하는 게 쉽지 않은 형편이다.

 

곽장근 교수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대적골 제철유적과 더불어 슬래그의 분포범위가 1km인 곳이 무려 30여곳이나 발견됐다”며 “정밀 조사를 실시해 언제부터 누가 운영을 했는지 규명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번 지표조사에는 곽 교수를 비롯해 박물관장인 김종수 군산대 교수와 자문위원인 유병하 국립전주박물관장, 이주헌 국립전주박물관 학예실장, 신종환 대가야박물관장, 송화섭 전주대 교수, 유철 전주문화유산연구원장, 전상학 전주문화유산연구원 책임연구원 등이 참여했다.

김세희, 장수=정익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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