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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파 이두황 단죄비 세운 민족문제연구소 김재호 전북지부장 "과거에 대한 단죄 넘어 현실 사회 개혁해야"

역사·민족·통일에 대해 소홀하게 다뤄 안타까워

“과거에 대한 단죄를 넘어 현실 사회를 개혁해 나가야 합니다.”

 

친일파 이두황 단죄비가 100년 만에 설립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민족문제연구소 김재호 전북지부장이 ‘이두황 단죄비 제막식’을 마친 뒤 밝힌 소감이다.

 

지난 13일 전주시 중노송동 기린봉 입구에서 ‘이두황 단죄비 제막식’을 성공리에 마친 그는 “과거의 범죄를 단죄하지 않으니, 되레 미래의 범죄인들에게는 용기를 주고 있는 셈”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이두황 묘 옆에 세워진 비석 앞면을 가리키며 당시 조선총독부의 거수기 역할을 자임한 중추원이 이두황의 행적을 뻔뻔하게 적어놨다고 설명했다.

 

“여기 와서 뒷면을 보세요. 무언가에 긁혀져 안보이죠? 이두황의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의 이름이 적혀 있는 공간이었는데, 해방 이후 불이익을 받을까 봐 그들의 후손들이 흔적을 지운 겁니다.”

 

익산 출신인 김 지부장은 1980년대 광주 민주화운동 시대를 그대로 관통하며 한국사 전반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학생 운동권 출신인 그는 도내 여러 시민사회단체에서 회원으로 활동하다 지난 2011년 3월부터 지금의 민족문제연구소 전북지부장을 맡으며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 이사도 겸임하고 있다.

 

그는 ‘이두황 단죄비’외에도 지난 2012년 8월 진안군에 있는 윤치호 불망비 옆에 도내 첫 번째로 친일파 단죄비를 설립했고, 전주 덕진공원 내 친일파가 세운 정자에 현판을 세우는 등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료들을 보존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김 지부장은 “어차피 우리가 역사를 교육으로 삼고자 한다면 친일파의 부산물들을 때려 부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이것을 기억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5년 전 전임 민족문제연구소 지부장으로부터 지부장직을 제의받은 그는 “역사 전면에 뛰어드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해 자리를 맡을지 주저했다”며 “직접 와서 해보니 역시나 많은 어려움에 봉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지부장은 “민족문제연구소는 여느 시민사회단체와 달리 ‘비 인기종목’이라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아 조직과 자금의 어려움이 가장 큰 부분”이라고 말했다.

 

회원 500명을 보유한 민족문제연구소 전북지부는 상근자가 없어 전북지역 의병사 연구와 친일 청산 문제, 한국사 국정화 저지 등 다양한 현안에 대해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다가가는데 어려움이 적지 않다.

 

그는 “재정적 여력이 뒷받침돼 상근체계로 돌아선다면 우리 지역의 친일 청산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역사프로그램 등을 효과적으로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도민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민족문제연구소뿐만 아니라 민족과 역사를 위해 힘을 쓰는 모든 분이 ‘제2의 독립운동가’라고 말하는 김 지부장은 “자본주의가 낳은 먹고사는 문제에 포섭돼 역사와 민족, 통일 등 거대 담론에 소홀해진 우리 사회가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아쉬움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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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승현 reality@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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