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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재능 찾기

▲ 신은미 한국화 아티스트

당신은 자신의 재능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최근 나는 실로 놀라운 경험을 했다. 평생을 나의 단점이라고 생각하며 부끄러워하고 기피했던 부분에 대해 긍정적인 피드백과 함께 약간의 인정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그것을 사람들에게 인정받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거나 연습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내 미운 약지발가락과도 같았던 그것은 바로 ‘글쓰기’다. 불과 일 년 전 까지만 해도 나는 SNS 상에 두 문장 이상의 글은 잘 써서 올리지도 못했었다. 글에 소질이 없다고 생각해서 그 부족함을 감추기 위해 애써 찾은 미사여구를 짜깁기 하곤 했는데 그런 눈속임 찌끄러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민망함에 손발까지도 붉게 물들일 뿐이었다.

 

잠재능력, 새로운 자극에 의해 깨어나

 

그림을 그리는 사람으로서 글과 그림은 표현 방법의 작은 차이일 뿐인데 그 한 끗이 왜 그토록 멀기만 한 것인지 자책도 많았다.

 

그런 나의 글에 변화가 생긴 것은 ‘여행’ 덕분이다. 긴 시간을 걸으며 보고, 듣고, 느끼는 것들을 고스란히 담아두고 싶어서 정성을 들여 단어를 고르고 다듬어 기록하기 시작했다. 한 문장이 네 문장이 되고, 한 문단이 됐다.

 

‘저 언덕 너머로부터 서서히 뜨는 달님께 입장은 알겠지만 조금만 천천히 뜨시라고, 저 산세로 기우는 헤님께 가는 길이 바쁘시겠지만 나랑 조금만 더 이야기하면 안 되겠냐고, 그렇게 배려 받으며 아슬아슬하게 도착한다.’

 

위의 글은 여행 중 대관령 산길을 홀로 걷는데 해는 뉘엿하고 도착지까지는 멀었기에 불안한 마음으로 하늘을 보며 쓴 글이다. 여행이 끝난 뒤 우연히 알게 된 누군가가 나에게 다가와 저 글이 너무 고와서 저장해놓고 가끔씩 본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처음이었다. 누군가가 나의 글을 보고 이런 반응이었던 적은. 우연이겠거니 생각했다. 그런데 그 뒤로도 비슷한 반응들이 이어졌다. 그것은 나에게는 충격에 가까운 변화였다. 사람들은 나의 글이 잘 쓰여 졌다고 생각해서 좋아해 준 것이 아니다. 그 속에 담긴 진심이 전달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 경험을 통해 두 가지를 깨달았다. 잠재능력은 새로운 자극에 의해 깨어난다는 것, 그리고 진심보다 강한 매개체는 없다는 것이다.

 

폐활량이 좋은 사람도 평생을 사막에서만 산다면 자신이 얼마나 수영을 잘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잠재능력을 5~6% 정도만 사용한다고 한다. 그만큼 대개의 사람들이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만 살아가고 있다는 말이 아닐까.

 

어떤 우연한 경우에 또 어떤 예상치 않은 나의 재능이 발견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몇 번이고 익숙지 않은 상황 속에 나를 던져보고 싶어진다. 이제는 그 불편함을 충분히 즐길 준비가 되어있다.

 

우연한 기회 자신의 재능 발견될 수도

 

여전히 나에게 글이란 어렵고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지만 발끝을 살짝 내비쳐주는 경계심 많은 고양이 같다. 그렇게 나를 온전히 담아낸 글은 흡사 몇 달 동안 공들여 그린 작품만큼이나 충만하게 해준다. 그리고 사람들도 반드시 그 진심에 반응한다. 글과 나를 연결해주는 매개도 진심이요, 소통의 매개도 진심만한 것이 없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지금 내가 신문사에 칼럼을 기고하기 위해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처럼, 당신은 본인 속에서 얼마나 놀라운 재능들이 깨어나길 기다리고 있는지 지금은 알지 못한다. 그 알을 깨뜨려 부화를 시킬 것인가, 원래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소멸시킬 것인가. 그것은 본인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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