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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기보따리 '달릉개' 연습 현장] 소리·부채…전주정신 연극으로 만나요

전주문화재단, 공연지원 선정작 / 전주8미 등 다양한 소재 녹여내 / 12월 1일 우진문화공간서 공연

▲ 지난 25일 전주 완산구 효자동에 위치한 연습실에서 전주문화재단의 ‘2016 전주이야기자원 공연화 지원 사업’최종 선정작 ‘달릉개’(작 최기우·연출 정경선)의 출연배우들이 공연 연습을 하고 있다.

“소리가 뭐냐? 세상사는 얘기들이 가슴에 쌓여 온 몸에 차는 것이 소리여. 평범한 사람들의 그저 그런 소리, 우리 엄니 고생고생 헌 소리, 우리 아비 놀음 허고 바람피운 소리, 누구나 무심히 지나치는 소리…가슴 저 밑바닥으로 들어와서 무수하게 쌓이고, 그것들이 흩어졌다 뭉치고 뭉쳤다가 다시 흐트러짐선 어우러지는 이야기들. 그것들을 사무치게 갈고 오래오래 삭히고 묵혀서 한 마디, 한 마디, 꺼내는 것이 소리여. 그것이 전주소리여.”

 

공연 ‘달릉개’의 주태백 역을 맡은 소리꾼 정민영씨의 소리가 연습실을 쩌렁쩌렁 울린다. 달릉개역의 박현영씨와 김광용, 서유정, 차영석, 이한구, 이희찬, 김정훈, 김혜련, 김수현씨 등이 사방에서 통 튀어나와 연습실 중앙을 휘젓는다. 격한 몸짓에 장판이 찌익-하고 밀린다. 무시무시한 에너지가 25평 공간에서 뻗어 나갈 곳을 잃고 온 몸을 관통했다.

 

지난 25일 전주 완산구 효자동 한 연습실에서 열린 공연 ‘달릉개(부제: 부채 장수, 전주 명창 되다)’의 리허설 현장이었다. 전주문화재단(이사장 김승수)이 전주 지역 콘텐츠를 공연예술화 하기 위해 진행한 올해 ‘전주이야기자원 공연화 지원 사업’의 최종 선정작으로, 스토리텔링문화그룹 얘기보따리(대표 최기우)의 작품이다. 다음달 1일 오후 7시 30분 전주 우진문화공간 예술무대에 오른다.

 

최기우씨가 집필하고, 정경선씨가 연출한 작품은 전주부 통인청 대사습에 참가했지만 전주 귀명창들에게 조롱당해 소리를 포기하고 부채 장수가 된 청년 달릉개가 떠돌이명창·서예가 창암 이삼만·박진효자비·남문시장상인 등을 만나면서 소리의 참 의미를 깨닫고 진정한 소리꾼이 된다는 이야기다.

 

“소리와 부채를 통해 그 안에 깃든 전주 정신을 알리고 싶었죠. 이 땅을 담은 부채 한 자루의 바람, 우리 삶을 담은 진정한 소리 한 대목이 마음을 씻어줍니다. 이게 바로 천년 지나도 피고지고 다시 피는 전주의 힘, 꽃의 힘이에요.” 최 작가의 설명이다.

 

작품에는 전주 막걸리, 전주천, 전주 8경과 전주8미 등 전주의 다양한 소재를 판소리 안에 잘 녹여내 맛깔스럽게 표현했다.

 

창극과 연극의 경계에 선 작품은 관객과 배우들이 푸지게 노는 놀이 형식으로 풀어나간다. 정 연출가는 “전주 이야기를 하는 만큼 전주시민들과 같이 놀 수 있는 판을 만들고자 한다”면서 “흥겨우면서도 극 전개와 전주정신 설명에 필요한 부분은 세밀한 감정선을 잡아가겠다”고 말했다.

 

총 연습을 끝낸 후 쉬는 시간, 오참봉 역의 차영석씨는 “작가와 상의 끝에 ‘내가 이러려고 참봉이 됐나, 자괴감 들고 괴로워’대사가 추가됐다”면서 연습을 거듭했다. 이뿐만 아니라 극에는 ‘백성은 개돼지’ 등 시국을 암시하는 단어들이 등장한다.

 

“작품은 마땅히 시대를 받아 안아야 합니다.” 최 작가의 간결한 한마디가 연습실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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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현 kbh768@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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