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10 04:26 (Mon)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문화 chevron_right 문학·출판
일반기사

[송인서적 부도 한 달, 지역 출판·도서계는 ①도내 출판사·서점 연쇄 휘청] 재고 피해 속출…신간 유통 막막

'도매상' 송인서적, 전국 2000여곳과 거래 / 신아출판사·호남문고 등 어음 거래 피해 커

▲ 출판업계 대형 도매상인 송인서적이 지난달 2일 1차 부도를 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출판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출판업계에서는 송인서적이 발행한 전체 어음 규모가 20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5일 송인서적의 하역장 모습. 연합뉴스

국내 역사 깊은 대형 서적 도매상인 송인서적이 지난달 최종 부도 처리됨에 따라 우려됐던 지역 출판·도서계의 후속피해가 가시화됐다. 도내 출판사와 서점들은 어음을 현금화 하지 못하고 재고를 반납하지 못해 잇따라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송인서적의 부도는 단순히 도매상이 문을 닫은 것이 아니라 불투명한 구조적 문제들이 누적돼 빚은 사태라는 지적이다. 송인서적 부도 후 동네 서점들의 현황을 진단하고 출판 유통 구조 상황과 개선안을 두번에 걸쳐 살펴본다.

 

출판사에서 책을 구입해 서점에 유통하는 대형 도매상 송인서적은 전국 2000곳이 넘는 지역 중소서점과 거래하고 있던 상황. 하지만 50억 원의 어음을 막지 못해 지난달 3일 최종 부도를 맞았고, 이에 따라 출판 관계자들은 그동안 거래를 해오던 출판사와 지역 서점들의 연쇄 붕괴 위험을 걱정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송인서적이 주요 거래처였던 도내 가장 큰 지역 출판사인 ‘신아출판사’와 중소서점들도 어음을 현금화하지 못하거나 책을 받지 못하는 등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특히 지역 중소 출판사 및 서점들은 현금으로 거래해 온 대형 회사들과 달리 몇 개월 뒤 현금화시킬 수 있는 어음으로 거래를 해와 피해가 더욱 크다.

 

서정환 신아출판사 대표는 “파악 중이지만 6개월 뒤에 현금화시킬 수 있는 어음 거래만 수 천 만원에 달하고, 서점으로 전달되지 못하고 30년 넘게 거래하면서 송인서적 창고에 쌓여 있는 신아출판사에서 낸 책이 약 5000종이다”면서 “보낸 책만 종 당 기본 100권인데, 회수가 불가능한 이 책들까지 합하면 피해액을 다 셀 수도 없다”고 말했다.

 

출판사에서 전국 서점에서 판매할 책을 거래금을 받고 송인서적에 넘기는데, 도매상 측에서는 출판계가 열악하다보니 거래금을 곧바로 지급하지 못하고 어음으로 지불한다. 하지만 부도가 나면서 어음은 휴지조각이나 다름없게 됐고, 아직 서점으로 전달되지 못하고 송인서적 창고에 쌓여있는 출판사 책들 역시 돌려받거나 처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서 대표는 “교보문고 등 일부 대형서점과는 직거래를 했기 때문에 그나마 현재 운영이 가능하지만 출판사 전체 거래 규모의 50% 이상을 송인서적과 해왔기 때문에 상당한 고통을 겪고 있고 사태가 수습되지 않는다면 피해는 점점 커질 것이다”고 덧붙였다.

 

호남문고, 웅진서점, 문화서적, 북닷컴&세종, 월림문고, 세광도서 등 지역의 주요 서점들도 곤란한 상황이다. 중소서점은 송인서적과 같은 도매상으로부터 책을 납품받아 판매한 후 재고는 반품하고 다시 신간을 받는 ‘위탁거래’를 하고 있다. 반품하지 못한 책들은 적자가 된다.

 

전주서점조합에 따르면 참고서뿐만 아니라 전국의 다양한 서적을 취급하는 종합서점 8곳이 피해액만 1억 원에 달한다. 송인서적이 신뢰도가 높지 않은 작은 지역 서점들도 받아줬던 터라 소규모 서점일수록 송인과의 거래가 많았고 일부 동네 서점에게는 문 닫을 만큼의 위기라는 설명이다.

 

당장 신간 유통도 곤란하다. 도내 한 서점 관계자는 “피해액도 문제지만 신간을 납품해야 할 새로운 거래처를 확보해야 했다”면서 “현 상황에서 새 거래처에게 신용 보증을 받기 위해 담보도 제공하고 계약금도 더 많이 지불하는 등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문체부에서는 송인서적 부도로 피해를 입은 출판사를 대상으로 30억 원을 투입해 창작금 지원, 도서매입 등을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피해 규모를 감당하기에 역부족이고, 일시적인 금전적 지원은 연쇄적인 부도 여파를 막기에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전주서점조합 관계자는 “이는 단순한 도매상의 부도 사건이 아니라 그동안 누적된 문제들이 송인서적의 부도로 표출된 것”이라면서 “근본적인 출판·도서 유통 구조가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보현 kbh768@jjan.kr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