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시장 성공했지만 낮엔 손님 발길 '뚝' / 젊은층 먹거리 편중 / 주민 외면 관광지화
어느 곳이든 밝은 부분이 있으면 어두운 부분이 있다. 소위 잘나간다고 하는 전주의 대표적인 전통시장인 남부시장도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공존한다. 전주를 찾는 전국의 관광객이 몰리는 청년몰, 야시장이 밝은 모습이라면 낮시간 문 닫힌 점포들과 시민들의 발걸음이 줄어든 기존 전통시장의 모습이 어두운 부분이다.
야시장과 청년몰 등을 제외하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쇠락해가는 전통시장 그 모습 그대로다. 전국적으로 명성이 자자한 전통시장의 또다른 한 켠의 어두운 모습을 통해 청년몰과 야시장 뿐만 아닌 전통시장 전체의 활로를 모색해본다.
#. <밤>밤> 남부시장의 주말 밤은 전주시내 관광객과 젊은이들이 모두 모여든 것처럼 붐빈다. 남부시장 골목에 발을 들이자 먼 곳에서부터 보이는 환한 불빛 사이로 길게 늘어선 사람들의 행렬이 보인다.
야시장을 처음 방문했다는 박모 씨(35)는 “남부시장에서 야시장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기만 했지 방문은 처음인데 사람들 정말 많다”고 했다. 야시장 매대에서 판매하는 음식을 사 들고 골목에 마련된 평상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관광객들도 보였다. 전남 순천에서 친구들과 한옥마을 구경을 왔다는 장모 씨(23)는 “평소 같으면 시장에 가지 않았을 텐데 오늘 이렇게 와보니 분위기가 너무 재미있다”며 “음식도 맛있고 이런 곳이 순천에도 생기면 자주 갈 것 같다”고 말했다.
#. <낮>낮> “장사가 잘되긴 뭐가 잘 되겠어. 야시장이나 조금 되는 거지. 그만두지 못해 하는 거야.”
‘시장을 찾는 관광객이 많아 예전보다 장사가 잘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남부시장 채소 판매 상인이 한 대답이다. 실제로 낮에 방문한 남부시장 곳곳에는 문을 걸어 잠그고 장사를 하지 않는 점포들이 눈에 띄었다. 야시장이 열릴 때는 발 디디기도 힘들 정도였던 곳에는 간혹가다 목에 사진기를 두른 관광객 몇 명만 보일 뿐이었다. 음식점 안으로 들어가서야 간혹 손님이 보였지만 먹거리 이외에 물건을 사기 위해 방문한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어 보였다. 군데군데 문을 닫은 점포들 때문에 골목이 모두 문을 닫은 것 처럼 을씨년스러웠다.
전주의 대표적인 전통시장, 남부시장의 낮과 밤의 모습이다.
남부시장은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시장 2층 공간에 ‘청년몰’을 만들고, 주말 오후에는 ‘한옥마을 야시장’을 운영해 시민과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전국적으로도 전통시장 살리기의 가장 큰 성공사례로 꼽힌다.
표창과 상도 많이 받았다. 2015년에는 행정자치부에서 주관한 지역경제 활성화 우수 사례에서 국무총리상인 최우수상을 받고, 2016년에는 전국 우수시장 박람회에서 3년 연속 대통령상을 받았다.
하지만 야시장과 청년몰 이외에 한낮의 남부시장은 이러한 성공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 야시장이 열리지 않는 다른 골목에 들어가 보면 줄줄이 문 닫은 점포들이 수두룩하다. 이같은 상황 때문에 남부시장이 이룬 성과가 청년몰과 야시장에 국한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일각에서는 ‘남부시장은 시민이 찾는다기보다 관광객들이 가는 곳’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남부시장 주변에서 만난 시민 한모 씨(61)는 “남부시장은 요즘 젊은 사람들이나 관광객들만 찾지, 나이 좀 든 사람들은 가도 볼거리도 없고 먹거리도 딱히 없다”며 “대형마트와는 다른 차별화된 전통시장의 모습을 개발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남부시장 상인들도 남부시장이 젊은 층의 먹거리에만 편중되고 지역 주민들이 찾지 않는 ‘관광지’로 변하고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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