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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옥이 싫어요

오래된 불편한 건물들 많은데 개선은 안되고

▲ 권화담 전북대 고고문화인류학과 2학년

학교가 다시 시끄럽다. 다양한 군상의 사람들이 모인 만큼 조용한 날들이 없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번 만큼은 꽤 시끄럽고 내년에 우리 학교의 대표가 될 총학생회 선거에도 그 바람이 불고 있다. 한옥 캠퍼스화 사업 때문이다. 나는 한옥을 좋아한다. 마루를 밟았을 때 느껴지는 나무 특유의 차가움을 사랑하고, 입꼬리 마냥 살짝 올라간 기와도 사랑하고, 밝은 단청도 사랑한다. 평소의 나라면 한옥을 싫어한다고 말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학생들이 학교의 한옥 캠퍼스화 사업에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나도 이 사업을 반대하고 나는 ‘한옥이 싫어요 ‘라고 말하고 있다.

 

학교가 예뻐지는 것이 싫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 우중충하고 낡은 건물보다야 깔끔한 시설을 갖춘 새 건물이 훨씬 좋을 것이다! 나는 전북대학교에 약 4년째 재학 중이고(휴학을 1년 반 했지만 휴학하는 동안 학교에 발도 들이지 않은 것은 아니니까) 4년 동안 학교를 다니면서 학교에는 많은 건물이 생겼다.

 

휴학하는 동안에도 2017년에 개교 70주년을 맞아 70주년 기념 사업을 할 것이라며 꽤 시끌벅적했다. 논란이 된 한옥 캠퍼스화 사업도 여러 70주년 기념 사업 중 하나로 2019년까지 진행될 계획이라며 대학본부 건물에 매우 커다란 플래카드가 걸려있었다. 학교 차원에서는 자랑할 만한 일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렸다. ‘그래, 이쁘면 좋지. 전통의 도시 전주와 어울리긴 하다.’ 플래카드는 참 컸다. 이 플래카드를 보지 못한 학생들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될 만큼 컸다.

 

하지만 전북대학교에서 학생들이 사용하고 있는 수 많은 건물들 중 불편하지 않은 건물의 수는 열 손가락 안에 들 것이라고 감히 예상해본다. 솔직히 한 손 안에 들 것이다. 개교 70주년을 맞이한 만큼 새로운 건물들도 많이 생겼지만 계속 사용하고 있는 건물들도 있기 때문이다. 내 주변에서는 농업생명과학대학과 예술대학 건물을 사용하고 있는 학생들이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이 두 단과대학은 전북대학교에서 오래된 건물들을 사용한다.

 

이 단과대학들의 학생들 중 장애를 가졌거나 사고를 당한 학생들이 엘리베이터가 없어 강의실로 이동하는데 불편함을 느꼈거나 특수 목적 강의실에서 설비가 부족해 열악한 환경에서 시설을 이용해야한다는 경험담을 들을 수 있었다.

 

한옥 캠퍼스화 사업은 대학이 가진 자금보다 국비가 더 사용된다고 한다. 한옥 건축에 쓰일 기와나 나무를 기부받기도 했다. 기부받은 금액도 있다고 한다. 우리가 낸 등록금을, 대학이 가진 자금을 쓰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돈을 끌어 올 수 있었다면, 많은 사람들에게 기부받을 수 있었다면, 왜 우리의 공간은 아직도 불편한 것인가? 휠체어를 탄 학생은 한 건물에 있는 강의를 통째로 듣지 못하는 것일까? 실습을 할 때 환풍기조차 켤 수 없는 것일까? 장학금은, 기숙사는, … 우리의 질문은 끝이 없어진다. 적어도 나에겐 그랬다.

 

아주 오랜 시간 인류는 아름다움을 추구해왔다. 설령 추(醜)의 아름다움일지언정 많은 이들이 숭배해왔다. 그렇지만 인류는 어떤 가치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생긴다면 가차없이 이전에 중요하게 여졌던 가치를 포기하기도 한다. 아름다움도 내팽겨쳐질 수 있다는 점을 피할 수가 없다. 많은 학생들에게는 캠퍼스의 아름다움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들이 있다. 모두 같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여전히 한옥이 싫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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