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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One Minutes와 캡틴판타스틱

아이를 소유가 아닌 인격으로 인식해야 사회의 품격 높아져

▲ 최진영 독립영화감독

얼마 전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 완주군이 아동이 직접 기획하고, 참여하는 ‘아동권리축제’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 중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와 The One Minutes 재단이 파트너십을 맺어 진행하는 워크샵에 나 역시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The One Minutes는 1분짜리 영상을 둘러싼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재단이다. 유니세프와 파트너십을 맺어 2002년부터 아동을 대상으로 영상 제작 워크샵을 시행해왔다.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따라 아동은 자신의 의견을 말이나, 글 예술을 통해 표현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워크샵을 통해 아동은 자신의 삶, 꿈, 세상에 대한 관점 등을 1분짜리 영상에 담아내어 표현할 기회를 갖게 된다. 네덜란드에서 온 3명의 트레이너들에게 이틀 동안 성인 대상 강의를 받고 5일 동안 22명의 아동들과 워크샵을 진행했는데 지역에서 영화 관련 강의를 몇 년 동안 해왔던 나로서는 상호교감의 기회를 체득할 수 있는 값진 기회였다. 중간에 통역사가 있었지만, 아동들은 자신이 말하고 싶은 이야기를 네덜란드의 트레이너에게 전하면 트레이너들은 그 이야기를 토대로 영상을 어떻게 만들면 좋을지 피드백을 해주는 형식이였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건넬 때 그것이 불가능 하다면 “안돼!”라고 말하는 한국의 흔한 교육방식에 길들여진 나는 어떠한 권력관계가 작동하지 않는 평등한 의사소통구조에 놀랍기도 했고 반성도 했다.

 

<캡틴 판타스틱> 이라는 영화가 있다. 6명의 아이들과 아버지가 깊은 산속에서 자급자족 하며 생활을 하는데 사냥, 채집, 암벽등반을 통해 체력을 단련시키며 생존을 한다. 일종의 자연주의 라이프를 체화하며 사는데 그렇다고 교육에 등한시 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밖의 사람들보다 수준 높은 책을 읽고 토론을 한다. 5살짜리 꼬마가 파시스트에 대해 이야기 하고, 7살짜리 꼬마는 권리장전에 대해 읊는다. 그들은 매년 미국의 석학 노암촘스키의 생일에 “촘스키의 날”이라는 축제를 한바탕 펼친다. 엄마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숲을 벗어나 도시로 온 이 가족공동체는 예측불가한 사건들로 점점 변화하기 시작한다. 약간의 균열과 틈도 생기고, 육체적인 상처를 입기도 하고, 아버지가 아이들을 떠나는 선택을 하기도 한다. (물론 다시 이들은 결합한다) 내가 흥미롭게 본 지점은 아버지와 아이들이 토론하는 장면이다. 토론을 할 때 성인 대 아동이 아닌, 인간 대 인간으로 어떠한 권력관계도 작동하지 않고 자신들의 의견을 개진하는데 이 가족공동체가 오지에서 계속 굴러갈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이런 환경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가부장제와 가족주의라는 이름으로 우리는 얼마나 신념과 가치관등을 강제적으로 변화시키고 없앴던가. 가족이라는 틀 안에서 주체적인 사고와 행동양식은 ‘튄다’ ‘버릇없다’ 같은 말로 돌려받고 부모의 욕망을 아이들에게 그대로 전가시키는 빈번한 폭력! 이런 것들이 가능했던 건아이들을 ‘소유’ 하고 있다는 오만하고 그릇된 인식을 의심 없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 사회의 구성원, 인격, 주체로 인정하고 믿는 것이야 말로 수많은 폭력에 노출된 아이들을 해방시킬 힘이 아닐까. 위 영화가 수정주의로 결말을 마무리 한 것처럼 아이들에 대한 인식도 수정주의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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