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신시가지·대학로 등 불법 주·정차량으로 빼곡 / 물건 강제처분 법 있지만 보상 부담에 소방관 기피…응급 행위 면책 처리돼야
다중이용시설과 주택가 등 진입로에 불법 주·정차된 차량이 소방차 진입을 방해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불법 주정차량에 대한 과태료 부과와 응급상황에서 벌어진 소방관 행위에 대해 면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21일 29명의 사망자와 36명의 부상자를 낸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 화재에서 진입로에 불법 주·정차된 차들로 피해가 더 커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날 소방차가 처음 도착한 건 신고 후 7분이 지나서였지만, 구조작업은 도착 후 30분가량이 지나서야 가능했다. 건물 진입로 양쪽에 불법 주·정차된 차량 때문에 굴절사다리차 등이 500m를 우회해 진입해야 했기 때문이다.
도내 일선 소방관들도 출동로 확보에 고충을 겪고 있다. 전주지역 소방 출동 대원들은 효자동 신시가지와 전북대 구정문, 모래내 시장 인근을 출동이 가장 어려운 곳으로 꼽았다. 이들 지역은 다중이 이용하는 시설이 밀집해 있고, 시민들의 왕래도 잦아 화재가 발생하면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6일과 27일 해당 지역을 확인한 결과 도로 양쪽에 차들이 빼곡히 들어차 승용차 한 대가 지나가기도 버거워 보였다. 해당 구간에 화재가 발생할 경우 소방차 진입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이 같은 문제 때문에 소방관에게도 불법 주정차 단속 권한을 부여했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전북소방이 불법 주정차 단속에 나서 적발한 건수는 2015년 194건, 2016년 183건, 올해도 11월 기준 211건에 불과하다. 소방차 길 터주기 위반 적발도 지난해와 올해 각각 14건뿐이었다.
불법 주·정차 위반 시 4∼5만 원, 소방차에 길을 비켜주지 않는 피양의무 위반은 5∼8만 원까지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지만 실효성은 없다. 화재 발생으로 출동하는 응급상황에서 소방관이 과태료 스티커를 발부하고 있을 겨를이 없기 때문이다.
현행 소방기본법 제25조에도 ‘소방자동차 통행과 소방 활동에 방해가 되는 주차 또는 정차 차량, 물건 등을 제거하거나 이동시킬 수 있다’고 규정해 놓았지만 소방관들은 민원인이 제기한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어 부담이 크다.
도내 한 소방관은 “실제로 견인조치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최대한 피하거나 다른 길로 돌아서 출동한다”며 “소방관이 실질적으로 보호 받을 수 있는 조치가 없는 상황에 자칫하면 소송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전북도 소방본부 관계자도 “지금까지 도내에서 차량 등 손실 보상 사례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면서도 “현장 출동 소방관에겐 부담감이 적잖은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화재진압에 불법 주·정차 차량이 방해될 경우 소방관이 차를 부술 수 있는 권한까지 부여한 영국 등 선진국과 비교하면 제도적으로 미흡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소방관이 응급 상황을 처리하기 위해 발생한 행위에 대해서는 면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24일 국회 소병훈 의원은 구조활동 중 발생한 피해에 대해 소방관들의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로 국가가 소송 대행인이 되고, 소송 내용을 판단하는 심의위원회를 두는 내용이 포함된 ‘소방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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