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안성덕 시인의 '감성 터치'] 가을 소리

벚나무 잎새에 복사꽃 같은, 주차장에 핀 꽃 이름을 묻는 이의 소매를 끌며 ‘그냥 꽃’이라 일렀습니다. 가랑잎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밟으며 올라갑니다. 어디선가 목탁 소리 들립니다. 절간은 아직 멀어, 두리번거립니다. 딱딱 딱딱 탁목새네요. 앞서가던 이가 닥닥 닥 돌 봉숭아를 찧어 손톱에 처맵니다. 다섯 살배기 오줌발인 듯 쪼르르 마른 폭포가 나립니다. 벼랑에 매달리던 옛길 아니어도 숨이 찹니다. 철계단을 딛는 발소리가 텅 텅 잘 맨 장구 소리 같네요. 투두둑, 은행알 떨어지는 우화루 옆 돌담 가에 또르르르 감로수가 대롱을 타고 흘러내립니다. 적묵당 마루에 걸터앉습니다. 소슬바람에 땡 땡그렁 처마 끝 풍경이 웁니다. 바싹 마른 가을볕에 요사채 창호지 숨 쉬는 소리 들리는 듯하네요. 산마루엔 이미 반 뼘 햇살. 미처 못 들은 새벽 싸리비 소리, 스님 방 찻물 끓는 소리, 서리 내리는 소리는 아껴 두기로 합니다.

“오지 않는 이가 일도 없이 기다려져,/ 열릴 듯 닫힌 문으로 눈이 자꾸 가”(최남선 <혼자 앉아서> )던 입동 전날 불명산 화암사에 올랐습니다. 온몸으로 가을을 들었습니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교육일반전북교육청, ‘깜깜이 5급 승진’ 의혹 해소 촉구

건설·부동산전북 상업용 부동산, 임대 정체에 수익률도 전국 하위권

경제김민호 엠에이치소프트 대표 “우리는 지금 인공지능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경제일반국립식량과학원, 국가 연구실 허브‘로 지정

정치일반요람부터 무덤까지…전북형 복지·의료 혁신 속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