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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6·25 이후 전북 농촌의 생활상을 엿보다

전북대학교 쌀삶문명연구원
<1950년대 공무원 이강운의 삼계일기>와 해제 <국가와 농민사이, 면서기의 경험과 심성> 출간
면 서기의 기록으로 남겨진 한국전쟁 이후 불안정한 전북 농촌 사회상 보여줘

1950년대 한국전쟁이후 전북 농촌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책이 나왔다.

전북대 쌀삶문명연구원(원장 고고문화인류학과 이정덕 교수)은 <1950년대 공무원 이강운의 ‘삼계일기’>(전북대학교 출판문화원)와 <국가와 농민 사이, 면서기의 경험과 심성-이강운의 ‘삼계일기’ 분석> (전북대학교 출판문화원)을 출간했다고 2일 밝혔다.

앞 책은 임실군에서 1950~1960년대 면서기와 면장을 지낸 이강운 옹의 일기를 일자별로 정리한 사료로, 큰 아들인 이흥재씨도 참여했다. 뒤의 책은 일기가 보여주는 시대상을 분석하고 있다.

두 책은 한국전쟁이 끝나고 압축성장 궤도에 들어서기 전 전북 농촌의 생활상과 집단 심성을 보여준다.

특히 말단 공무원인 이 옹의 시선을 통해 가난하지만 힘은 매우 강력한, 국가와 농민사이에 낀 존재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삼계일기에 따르면, 이 옹은 세금을 강제로 징수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에게 ‘도적놈’ 취급을 받기도 하고, 스스로도 일제시기 농민을 수탈하는 관리처럼 비춰질까봐 걱정한다.

또 정례적으로 이장회의를 열어 이장에게 지시를 전달하고, 마을로 출장을 가서 세금징수, 계몽선전, 징집업부, 노무 동원, 추곡하곡 수매 등을 수행하며 어려움을 겪는다.

실제 면의 모든 마을을 돌아다녀도 당시 주민들은 식량이 부족할 정도로 가난해 농지세 등 각종 세금을 잘 내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도로정비를 위한 부역에도 잘 참여하지 않는다.

이강운 옹은“농민에게 세금으로 곡물을 내라고 독려하는 일은 대단히 골치 아픈 일”이라며 “내는 사람이나 독려하는 사람이나 다 같이 걱정거리”라고 적었다.

집안에서 겪는 식량문제도 드러난다. 1955년 5월 진안군 신기리 백부 댁에서 조카가 쌀을 얻기 위해 두 차례나 찾아왔는데, 이 옹은 쌀을 구해주지 못했다.

농촌마을 주민의 생활상도 나타난다. 이 옹의 집안은 쌀과 보리, 채소를 주로 재배하고, 누에, 대마, 닭, 돼지를 길러 가계수익에 보탠다. 때로는 친척을 만나러 전주, 남원, 김제, 광주, 나주에 가고, 설날에는 전주, 광주, 대전, 서울에 있던 친척들이 고향에 돌아와 명절을 지낸다.

1950년대 타향과 고향에 대한 인식도 보여준다.

이 옹은 외가가 있고 자신이 사는 곳 삼계면 삼계리는 타향으로 느낀다. 외가를 같은 혈족으로 의식하지 않고, 자신은 이방인과 같은 존재로 외로움을 느낀다.

반면 친가가 있는 오수면 신기리는 고향으로 느낀다. 큰아버지나 일가, 사당이 모두 그곳에 있어 명절, 관혼상제, 문중활동, 친척모임도 모두 신기리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정덕 교수는 “1950년대 전북 농촌에서 유교적 부계혈족의 심성이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죽음에 대한 시대적인 관념도 엿볼 수 있다. 이 옹은 죽음을 보며 인생의 허무함을 느끼지만 사는 게 중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망자와의 마지막 이별인 장례식은 꼭 참석해야 한다고 인식한다.

이 교수는 “1950년대 널리 유지되던 죽음에 대한 한국적 심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김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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