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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정숙인 소설가-주철희‘동포의 학살을 거부한다:1948, 여순항쟁의 역사’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정숙인 소설가- 주철희 ‘동포의 학살을 거부한다: 1948, 여순항쟁의 역사’

우리는 종종 세계 곳곳의 분쟁과 민간인들에게 행해지는 폭력의 잔혹함을 목도(目睹)한다. 전쟁 중에도 민간인을 대상으로 벌이는 초토화 작전은 국제사회가 용납하지 않기에 행위를 명령하는 자, 그 사실을 묵인한 사령관은 전쟁범죄자로 체포되어 사형에 처해지기도 한다.

1948년, 영토 내 자국민을 초토화하라는 작전 명령이 하달되었다. 명령을 받은 군인은 어떻게 해야 올바른 행동이었을까? 주철희의 『동포의 학살을 거부한다: 1948, 여순항쟁의 역사』는 이에 대한 의문과 답을 제시한다. 이 책은 군인들의 봉기에 초점이 맞춰진 책이다. 그들은 제주도민 30만 명을 학살하라는 것이 잘못된 명령이기에, 나쁜 국가의 잘못된 명령을 거부하고 맞서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들의 역사는 항쟁이 아니라 권력자와 소수 기득권이 만들어낸 ‘반란’의 역사로 강요되었다. 저자는 반란의 낙인을 ‘여순항쟁’이라고 정명(正名)한다. 

동포의 학살을 거부한 그들은 누구인가.

1948년 10월 19일 14연대의 ‘제주토벌출동거부병사위원회’의 동포의 학살을 거부했던 밤의 외침은 대한민국 민중 항쟁 역사의 첫 서막이었다. 저자는 독자가 이 책을 읽고 반란이란 족쇄에 조금이라도 의문을 품고, 여순항쟁의 역사를 떠올린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한다. 

1948년 10월 19일에서 1955년 4월 1일까지 여순항쟁으로 인한 학살 피해자의 수는 1만 5천에서 2만 5천 명이다. 여순항쟁은 여수와 순천, 전라남도뿐만 아니라 전라북도 남원, 순창과 임실, 경상남도 민간인의 학살 역시 많았기 때문에 학살 피해자는 상상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한다. 이 책은 단순한 아픔을 공감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배경에서부터 원인과 과정을 정확히 알게 한다. 아픔을 공감하더라도 그것에 대한 것을 정확히 알고 공감하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다.

주철희 역사학자는 말한다. 이념 논쟁의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는 1948년 10월 19일의 사건, 뚜렷한 정명(正名)없이 연구자마다 명칭을 제각각 사용하는, 군인의 총궐기로 촉발하여 민중의 지지와 합세한 1948년 10월 19일 사건. 반란의 낙인으로부터 시작된 반공문화를 새롭게 해석하는 역사 작업은 사료와의 싸움이며 시간과의 다툼이고 나와의 투쟁이었다고. 

현재 여수에는 ‘여순항쟁’을 역사 측면과 기록화 측면에서 접근하고자하는 두 사람이 있다. 주철희 박사와 박금만 화가는 ‘반란의 도시 여순’이라는 왜곡된 역사를 바꾸고 시민들의 의식을 전환하기 위해 오늘도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이 책은 그 목표로 가는 길의 연장선상에 놓여있다.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갤러리R에서는 2021년 12월 28일부터 2022년 1월 23일까지 여순사건특별법 제정을 기념하는 박금만 화가의 ‘여순항쟁 역사화전’을 전시 중이다. 또 주철희 박사의 특별강연이 1월 15일 오후 2시에 예정되어 있어 여순항쟁의 현재를 만날 수 있다. 

박금만 화가는 단순한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 질문을 통해 현재 나의 배경의 근원을 떠올려보게 한다. 그는 이 이야기가 왜 시작되었고, 이후에는 어떻게 전개되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우리 삶을 돌아보게 한다. 그림 속에 등장하는 인물이 나이거나 가족이거나 이웃임을 자각하게 함으로써 그림 이전과 이후의 연속적 이야기를 끄집어 올리게 한다. 결국 역사화를 통해 현장을 목격하게 한다. 주철희 박사의 사실 자료와 박금만 화가가 생생하게 그려낸 여순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우리 모두가 아픈 역사의 사실적 증인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글. 정숙인 소설가

작품으로는 단편소설 「백팩」과 「빛의 증거」, 민중구술 「농부로 잘 살고 있었다」와 채록집 『아무도 오지 않을 곳이라는, 개복동에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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