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없이 고요한 농촌 마을이 삽시간에 청년들의 목소리로 떠들썩해졌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전북대학교 학생 130여 명. 학생들은 지난 21∼24일 4일간 남원시지역 마을 7곳(인월면 취암·덕실·유곡·외건마을, 운봉읍 덕산·화신마을, 산내면 입석마을) 마을회관에서 먹고 자며 적막감이 가득한 농촌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학생들이 남원을 찾은 것은 다름 아닌 농촌 봉사활동(농활) 때문.
농활이 코로나19 확산으로 4년 만에 재개된 만큼 학생뿐만 아니라 농촌 고령화로 일손이 부족해 인력난으로 골머리를 앓는 마을 주민들의 기대감도 남달랐다. 학생들은 마을 7곳 곳곳으로 흩어져 △감자·양파 수확 △시설하우스 작업 △잡초 제거 등 마을 환경 정화 △마을 벽화 그리기 등 마을 주민의 일손을 도왔다.
지난 23일에 찾은 외건마을에서는 감자 수확이 한창이었다. 학생들은 낮 최고 기온이 32도에 육박하는 무더운 날씨에도 겨우 밀짚모자와 토시, 서로에게 의지한 채 감자를 수확했다. 감자 수확 특성상 허리를 숙이고 작업하는 시간이 긴 만큼 학생들은 연신 "아이고, 아이고", "힘들다"를 내뱉으면서도 포기하지 않았다.
마을 주민은 일손을 돕는 학생들에게 "고생했다"면서 시원한 수박, 자두를 내주는 등 시골 인심을 보여 줬다. 학생들은 아침 일찍부터 시작한 감자 수확에 지쳐 그늘에서 마을 주민과 함께 과일, 라면 등을 나눠 먹으며 도란도란 시간을 보냈다.
감자밭에서 20분 정도 걸으니 보기만 해도 더운 시설(비닐)하우스에서도 "아이고, 아이고" 소리가 들렸다. 학생들은 시설하우스 안에서 토마토가 위로 잘 자랄 수 있도록 줄을 매다는 작업 중이었다. 바람 하나 통하는 곳 없이 더운 공기가 가득해 금방 지칠 수밖에 없었지만 학생들은 서로 "조금만 더 하면 돼", "여기까지만 하고 쉬자"며 서로를 격려했다.
우민지(23) 학생은 "날이 너무 더워서 힘들긴 하다. 그래도 농활 덕분에 평소 해 보지 못한 일을 할 수 있어 뿌듯하고 재미있다. 마을 이장님과 사장님(마을 주민)들도 잘한다고 칭찬해 주시고 뿌듯해 하셨다"고 말했다.
외건마을 윤태호 이장은 "학생들이 처음 해 보는 일에도 아주 열정적으로 해 줬다. 일손이 부족해 어려움이 많았다. 날도 덥고 그랬는데 마을 청소까지 깨끗하게 해 주고 일손 돕기도 해 줘 너무 고맙다"고 전했다.
같은 날 화신마을에서는 학생들이 벽화를 그리고 있었다. 학생들은 오래 돼 빛이 바랜 벽화 위에 색을 덧칠하기도 하고 새로운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마을 벽 곳곳에 알록달록한 색깔로 꽃과 그네, 하트 등을 그려 마을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화신마을 이주태 이장은 "농활이라고 해서 농사만 하는 게 아니라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발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단순히 벽화만 그리는 것이 아닌 대화의 장을 마련해 주고 싶었다"면서 "다만 농촌 마을이다 보니 의료 봉사, 돌봄 등도 있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전북대, 학생회 등에 이야기를 전했고 긍정적으로 의논해 보겠다는 답변도 받았다. 적막했던 농촌이 활기가 넘치고 학생들 덕분에 아름답게 변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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