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안전에 방점…붕괴 우려 현장 확인 후 즉시 대피명령
3차에 걸친 보수 작업으로 밤샘 사투…천문학적 피해 예방
“무엇보다 주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했습니다. 산북천 제방이 전부 무너져 내릴 수 있다는 판단에 즉각적인 복구 작업과 함께 주민 대피명령을 발동했습니다.”
기록적인 폭우 속 익산시의 신속·침착한 초동 대처가 빛을 발했다.
특히 붕괴 위험에 놓인 산북천을 지켜내기 위해 긴박했던 72시간 동안, 신속한 판단과 체계적인 현장 대응이 소중한 인명 피해를 막아 내고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날 뻔했던 피해를 최소화했다는 평가다.
용안면 일대 누적 강우량이 400㎜에 육박했던 지난 15일 오후 3시 20분께 산북천 인접 석동배수장의 수문 관련 민원이 접수됐다.
대청댐 방류량이 늘어나면서 금강 수위가 점점 높아졌고 인접 논으로 역류 현상이 곳곳에서 발생했다.
금강 지류인 산북천 역시 자연배수가 되지 않아 점점 수위가 차올랐고, 심지어 제방을 사이에 두고 여기저기 파이핑(댐의 벽이나 바닥에서 일어나는 물에 의한 침식 작용) 현상이 발생했다.
보글보글 소리를 내며 물회오리가 일고, 제방 반대편 유수지 쪽에서 제방을 먹어 들어와 상부까지 물이 차올랐다는 게 당시 현장을 확인한 허전 익산시 부시장의 설명이다.
산북천이 무너지면 이미 침수 피해를 입은 일대 500~600㏊에 달하는 농경지가 복구 불능 수준이 돼 버리고, 인근 저지대 가옥 침수까지 천문학적인 피해가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시는 즉시 1차 보수작업에 즉각 돌입했다.
백호우 4대와 덤프트럭 5대 등 중장비를 동원해 시트파일(물막이·흙막이 등을 위해 박는 말뚝)을 박고 톤마대를 쌓았다.
처음에는 시트파일 10개 정도면 충분할 것으로 판단됐지만, 도중에 파이핑이 곳곳에서 발생하면서 작업은 계속 추가됐다.
한 곳을 막으면 다른 곳이 터지는 상황이 반복됐고, 어떻게든 붕괴를 막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면서 시트파일은 50여개로 늘어났다.
그렇게 현장에 투입된 공무원들과 작업 인력들은 비가 오는 와중에도 밤샘 사투를 벌여야만 했다.
불굴의 철야작업에도 붕괴 우려 상황이 지속되자, 시는 이튿날인 16일 오전 6시를 기해 주민 대피명령을 발동했다.
갑작스런 대피에 큰 혼란과 주민 불편이 예상됐지만, 더 이상 지체하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전날 사전 대피 권고가 내려졌던 7개 마을과 이날 송곡·간이·궁항 등 3개 마을까지 총 10개 마을 372세대 631명에게 대피명령이 내려졌고, 대부분 고령인 주민 불편 최소화를 위해 버스 4대가 동원됐다.
이와 별도로 보수 작업은 계속됐다.
둘째 날에는 다수의 토목 전문가 현장 진단을 거쳐 오전 10시부터 돌망태 작업이 진행됐고, 셋째 날인 17일 오전 7시부터는 사석 및 톤백으로 제방 보강 작업이 이뤄졌다.
이후 나흘째인 18일 오전 7시에 이르러 응급 복구 작업이 마무리됐다.
초기부터 현장을 함께 지켜 온 이길영 용안면 주민자치위원장은 “처음에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였을 때 그냥 지나쳤더라면 정말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을 텐데, 현장을 직접 보고 주민들을 대피시킨 정헌율 시장님과 현장에서 불철주야 노력한 공무원들, 그리고 경찰·소방·농어촌공사·군 장병들 덕분에 주민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면서 고마움을 표했다.
정헌율 익산시장은 “정말로 다급하고 절박한 순간에 최선을 다해 현장 대응에 임해 준 직원들과 대피명령에 적극적으로 따라 주신 주민분들, 안전사고 발생 예방을 위해 함께 전력을 다한 경찰과 군부대, 주민 대피를 위해 즉각적으로 학교 시설 이용에 협조해 준 익산교육지원청 등 모두의 노력으로 인명 피해를 막고 추가 피해를 차단할 수 있었다”면서 “앞으로도 체계적인 재난 매뉴얼과 최고 수위의 재난대비 태세로 시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지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허전 부시장은 “산북천을 지켜내면서 천만다행으로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고 본다”면서 “하지만 현재 상태로는 또다시 이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노후 배수 시설 정비를 비롯해 항구적인 재해 예방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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