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출신 첫 대한민국명장, 도자공예 분야 새 역사 써
“후배 도예가들이 전국 무대서 활약할 기회 닦을 것”
“전북은 우리나라 문화의 뿌리이자 예향(藝鄕)이라 불리지만, 유독 도예 분야만큼은 그 명성에 비해 잘 알려지지 못했습니다.”
고창 출신 도예가 진정욱(49) 대한민국 명장은 담담히 말했다.
그는 지난달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주관한 ‘대한민국명장’에 도자공예 분야로 최종 선정됐다.
전북특별자치도명장 출신이 대한민국명장으로 오른 첫 사례이자, 전북 도예사(陶藝史)에 이름을 새긴 최초의 인물이다.
대한민국명장은 15년 이상 해당 직종에 종사하며 뛰어난 숙련기술을 보유하고 산업 발전 및 후진 양성에 기여한 숙련기술자에게 주어지는 국내 최고 권위의 칭호다.
진 명장은 대학 시절 분청사기의 독창적인 기법에 매료돼 도자공예의 길에 들어섰다. 2000년 완주 소양에 ‘봉강요(鳳岡窯)’를 설립한 뒤 수천 점의 사발을 빚으며 전통과 현대를 잇는 물레성형 기법을 발전시켰다. 2009년 최연소 우수숙련기술자로 이름을 올렸고, 이후 심사위원과 평가위원으로 활동하며 후진 양성과 도예문화 확산에 앞장섰다.
그는 “도예 분야에서 제 나이에 명장으로 선정된 것은 드문 일이라 감회가 새롭다”며 “이 결과가 젊은 도예가들에게 도전과 희망의 메시지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진 명장은 전북 도예계의 현실을 냉정히 짚고 있다. 조선시대 부안 청자와 고창 고수작 등 전통이 깊은 지역임에도 지자체의 체계적 육성이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강진이나 고흥이 청자 산업을 관광과 문화로 발전시킨 것과 달리, 전북은 잠재력에 비해 빛을 덜 받았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들어 젊은 작가들이 생활도자와 전통공예를 결합한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며 가능성을 언급했다. 진 명장은 “전북은 전통문화의 DNA를 지닌 지역이다. 지금처럼 젊은 도예가들과 인프라가 함께 성장한다면, 도예가 다시 지역의 문화 정체성을 대표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2002년을 시작으로 꾸준히 전국 기능경기대회에 출전했던 경험은 그의 인생 전환점이었다. 그는 “그 무대를 통해 우리 지역 도예가들도 전국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며 “그 도전이 후배들에게 자극이 되어 지금의 전북 도예계가 함께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진 명장은 “도예는 흙으로 쓰는 시(詩)다. 손끝의 온기와 시간의 결이 모여 비로소 한 생명을 만들어내는데 그 길 위에서 전북의 도예가들이 다시 빛을 찾을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하는데 힘쓰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진 명장은 전주 효자초등학교와 완산중학교, 동암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원광대학교 도예학과를 거쳐 단국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군산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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