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지사, 도의원 등 잇달아 출판하거나 출판기념회 관계 공무원 등 부담 속 곱지 않은 시선
“지역에서 깨끗한 정치를 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도록 모범을 보여야 하는 정치인이라면 출판기념회를 근절하는 데 앞장서야 하지 않을까요.”
내년 6월 3일 치러지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전북지역 현직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잇따라 책을 출간하거나 출판기념회를 개최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정치인의 출판기념회가 단순한 출판 행사를 넘어 사실상 출마 선언과 세 과시의 장, 정치자금 수집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 현직일수록 일반 공무원들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29일 전북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지사는 최근 <김관영의 도전>이란 제목의 저서를 출간했다. 김 지사는 아직까지 출판기념회 계획을 잡지 않은 채 신간과 관련해서는 정중동의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출판사에서는 언론에 출판 관련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우범기 전주시장도 지난 6일 자신의 성장 과정과 공직 생활을 담은 <꿈꾸는 전주성>을 출간한 뒤 독자와의 소통을 명분으로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유희태 완주군수 역시 신간을 펴내고 같은 날 출판기념회를 개최했다. 유 군수가 출판 기념회를 연 건 취임 초기에 이어 2번째이기도 하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현직 단체장이 출판기념회를 여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보고 있다.
지방의회에서도 출판기념회 열풍은 이어지고 있다. 문승우 전북자치도의장은 <소년, 대양을 품다>를 출간하며 출판기념회를 열었고, 김동구·박정희·윤정훈 도의원 등 차기 지방선거에서 출마를 염두에 둔 도의원들도 잇따라 출판기념회를 개최했다.
일부 정치인은 출판기념회 초대장에 책 제목조차 명시하지 않거나 공무원들에게 “정당 행사가 아니므로 공무원과 공직자, 주민 누구나 참석 가능하다”는 대량의 문자메시지까지 보냈고, 이를 받은 이들은 상당한 압박을 느꼈다는 후문이다.
출판기념회는 현직 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이 개최할때 인사권과 업무관련으로 밀접한 공무원과 산하기관 임직원들의 부담이 적지 않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도청 간부인 A공무원은 “출판기념회 초대장을 받으면 자발적으로 가는 행사라기보다 고지서를 받은 느낌”이라고 털어놓았다.
B공무원도 “공직자들 사이에선 도의원이나 단체장의 도서 구입을 외면하기 어려워 책 값 보다 봉투에 인사치레로 웃돈을 넣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공직선거법은 선거일 전 90일부터 선거일(내년 지방선거 기준으로 3월 5일부터 6월 3일까지)까지 후보자(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 포함)와 관련된 출판기념회 개최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어 그 전인 내년 초까지는 신간 출시와 출판기념회가 이어질 전망이다.
지역 내에선 출판기념회가 여전히 ‘합법의 탈을 쓴 세 과시 수단’으로 인식되는 현실이기도 하다. 따라서 보다 건전한 정치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치권의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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