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담자는 가처분 결정문을 내밀며, “형이 법원에 상속포기를 신고하여 아버지께서 거주하시던 집과 땅을 단독으로 상속받았다. 그런데 최근 형의 채권자가 ‘내 허락 없이 재산을 빼돌렸다’며 상속받은 땅과 집에 가처분을 신청했고, 법원에서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내가 단독으로 상속했으니 내 재산인데, 어떻게 형의 채권자가 가처분을 할 수 있냐”라며, 해결방법을 물었습니다.
내담자께서 많이 당황스럽고 억울하시겠지만, 아버님의 유산을 적법하게 상속받으셨으므로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안심시킨 후 다음과 같이 안내했습니다.
빚이 많은 채무자가 재산을 감소시켜 채권자를 해하는 행위를 사해행위라고 합니다. 형님이 상속을 포기하면서 채권자들이 형님의 상속 지분을 회수하지 못하게 되자, 채권자는 형님의 상속포기 행위를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함과 동시에 해당 부동산의 처분을 막기 위해 가처분을 신청한 것입니다.
한편, 법적으로 완벽한 의미의 상속포기는 상속개시를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법원에 정식으로 신고하여 수리되는 것을 말합니다. 이렇게 법 절차를 밟은 상속포기는 처음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으로 간주합니다. 즉, 원래 내 재산이 아니었으니 이를 포기한다고 해서 채권자를 해치는 사해행위로 보지 않는 것입니다(대법원 2011. 6. 9. 선고 2011다29307 판결). 따라서 형님이 법원에 상속포기를 했다면, 채권자는 재산을 손댈 수 없습니다.
반면, 형제끼리 인감도장을 찍어 한 사람에게 재산을 몰아주는 방식은 법적으로 상속포기가 아니라 상속재산 분할협의에 해당합니다. 이는 상속이 개시되어 형님에게도 이미 상속지분이 발생한 상태에서, 빚이 많은 형님이 “내 지분을 받지 않겠다”고 포기한 것이기 때문에 사해행위에 해당하여 취소 대상이 됩니다(대법원 2024. 5. 30. 선고 2024다208315 판결).
가처분 결정은 채권자가 사해행위 취소 소송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재산을 묶어두기 위한 사전조치입니다. 형님이 법원에 상속포기를 신고했으니, 증빙 서류를 갖춰 가처분 이의신청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가족 간의 아름다운 양보’가 때로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채권자를 해하는 행위’로 돌변할 수 있습니다. 상속과정에서 채무관계가 얽혀 있다면, 반드시 법적인 절차를 꼼꼼히 확인해야 소중한 재산을 지킬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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