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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로마 敎皇廳의 참회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地動說)은 그 유명한 ‘그래도 지구는 돈다’는 말을 남겼다. 1633년 로마 종교재판소에 소환된 70세의 갈릴레이 갈릴레오는 지동설을 부정하라는 강요를 받았다. 이를 거부하면 이단(異端)으로 몰려 목숨을 잃을 판이었다. 갈릴레이는 결국 ‘과거의 잘못을 맹세코 포기하며 저주하고 혐오한다’고 선언함으로써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종교재판의 마지막 대목에서 ‘그래도 지구는 돈다’는 말을 남겨 자연과학의 우위를 인정했던 것이다.

 

중세기 유럽의 교회는 절대적인 권한을 휘둘렀다. 신교(神敎)일체 사상의 정치체제하에서 교회는 세속의 일까지도 지배했다. 이 무렵 이단을 추방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 종교재판소였고 유럽 전역에 걸쳐 수많은 종교재판이 열렸다. 숱한 사람들이 이단이라는 죄목으로 화형(火刑)에 처해졌으며 ‘마녀사냥’이란 말도 여기서 비롯됐다. 루터의 종교개혁운동으로 신교(新敎)탄생의 빌미까지 제공했던 종교재판소는 그후 6백75년동안이나 운영되다가 1908년 피우스10세 교황에 의해 로마교황청 기구개편때 비로소 사라졌다.

 

로마교황청이 5일 ‘회상과 화해, 과거 교회의 범죄’라는 공식문건을 공개하면서 십자군 원정등 가톨릭이 주도한 역사적 사건들에 대해 과오가 있었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한다. 교황청이 공개한 10대 과오중에는 나치에 의한 유대인 학살에 침묵을 지킨것, 십자군 원정으로 유대인과 이슬람교도들이 학살 당한것, 신대륙 정복자들의 원주민 학살에 정당성을 부여한것, 마녀사냥으로 대변되는 중세 교회의 고문형 등이 포함돼 있다.

 

지금까지 가톨릭 교회가 저지른 역사적 과오에 대해 종교사학자들이 지적한 적은 있지만 교황청이 직접 이를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데서 이번 교황청의 참회는 의의가 크다. ‘괴로운 유산’을 청산하는 작업의 하나로 이미 종교재판 기록을 공개한바 있는 로마 교황청이 새로운 1천년이 시작되는 2000년 대희년(大禧年)을 맞아 가톨릭에 대한 위상을 새롭게 정립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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