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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鄭周永과 現代

병상에서 내다보이는 잿빛 하늘이 저승처럼 멀고도 가깝다/돌이켜보아야 80을 눈앞에 둔 한평생 승(僧)도 속(俗)도 못되고 마치 옛 변기에 앉은 엉거주춤한 자세로 살아왔다/이제 허둥대 보았자 부질없는 노릇…/어느 호스피스 여의사의 “걱정마세요. 사람도 죽으면 마치 털벌레가 나비가 되듯 영혼의 날개를 펼칠 것이니까요”라는 말이 저윽이 위안이 된다/.

 

구상(具常) 시인이 병상에서 임종고백처럼 쓴 ‘인류의 맹점에서’라는 시집에 나오는 대목이다. 잠시 한걸음 물러나 삶을 관조하는 여유를 느끼게 한다.

 

쇠약해질대로 쇠약해진 현대그룹 정주영 명예회장은 요즈음 어떠한 심정일까. 현대그룹은 대표적 한국재벌이다. 33개 계열사에 종업원만 18만명. 1999년도 총 매출액 92조원. 현대는 가족경영에다 선단식 경영에 의존해 왔고 최근 몇일동안은 후계문제로 아버지와 두아들의 힘겨루기가 국민적 관심사였다. 현대 왕권싸움의 피해자는 누구일까. 직접적인 피해자는 주주와 채권자들이다. 계열사 주가가 떨어질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주들 몫이다. 현대에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들의 신뢰도 역시 추락할 것이다. 대외신인도가 하락할 경우 그 피해는 국민들에게도 돌아간다. 선단식 방만한 기업경영이 경제위기를 야기시키고 나라가 위기에 처한 것이 엊그제 일이다. 현대그룹의 이미지 실추는 한국경제의 신인도추락과 직결된다.

 

이제 황혼기에 접어든 정주영 명예회장은 마음을 말끔히 비우고 우주의 품안에 안겨야 된다. 우주의 품안에 안기기 전 마음을 비우면서 그가 해야 할 일이 있다. 국민과의 약속을 이행하는 것이다. 기업지배구조 개선, 경영의 투명성제고, 상호지급보증 해소, 재무구조의 획기적 개선, 업종전문화 등의 기업구조조정이라는 대국민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 현대그룹 개혁을 외치며 우주의 품안에 안기는 정주영씨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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