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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창] 부드러운 혁명을 기대하며

 

 

6·13 지방선거를 치른 지금, 전북 여성계는 허탈감에 빠져 있다.

 

선거의 한 중심에 있었던 여성 출마자들과 운동원들은 물론이고 이들을 지켜보며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여성들은 공허함과 무기력증에 사로잡혀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전북지역 기초의원 선거에 도내 지방선거 사상 최대 인원인 12명의 여성후보가 나왔을 때만 해도 전북에 여성 정치 바람이 일 것으로 기대됐었다. 그러나 전라북도 정치 1번지라 불리우는 전주에서 7명의 여성후보 중 단 한 명의 여성의원도 나오지 못하는 참패를 당했다.

 

전주는 지난 98년 선거에서 전라북도에서는 유일하게 여성의원 3명을 당선시켰던 지역이다. 또한 이들의 의정활동 활약상은 자타가 인정할 만큼 뛰어났다. 이러한 전주에서, 그나마 여성 정치 참여의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이번 선거에서 여성 시의원이 한 명도 배출되지 못한 것이다.

 

여성에게는 아직도 "좁은문"

 

이러한 사정은 도내 타 지역도 마찬가지다. 여성이 각 1명씩 출마한 김제와 남원 역시 쓴 잔을 마셨고, 군산과 익산에서만 각 1명씩 2명이 기초의회에 진출하는 것으로 그쳤다.

 

내 고장 살림을 책임지고 꾸려갈 일꾼으로는 여성이 적합하다느니, 남성에 비해 여성이 상대적으로 부정 부패와는 거리가 멀다느니, 여성에게도 정치참여 기회를 평등하게 줘야 한다느니 하는 얘기는 공중에 날아가 버렸다.

 

여성이 한 명도 없는 남성들만의 기초의회가 지역 여성들의 절박한 문제를 제대로 풀어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턱없이 부족한 보육시설, 비정규직 여성들의 불안정한 고용 형태, 장애 여성들의 인권, 되풀이 되는 가정 폭력, 근절되지 않는 성매매 고리, 갈수록 복잡해지는 교육 문제 등.

 

물론 전주 완산 제2선거구에서 박영자씨(전 전주시의원)가 광역의회에 진출한 것은 이승만 정권 때 제2대 민선의원으로 임형신씨(전북 논산, 상공부장관 역임)가 선출된 이후 전북 여성계의 경사로 기록된다.

 

또한 비례대표제를 통해 광역의회에 여성이 2명 더 진출한데다 그 중 한 명은 민주노동당에서 정당투표제 몫으로 광역의회 무대에 서게 돼 비교적 진보적인 여성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등 여성계에 전혀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여성 후보들이 조직과 자금·홍보면에서 열세였는데도 선전, 상대 후보들과 득표율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은 점도 희망을 던져주고 있다.

 

패자는 말이 없는 법.
그러나 이번 선거가 총체적으로 낮은 관심과 높은 과열 타락으로 사상 최악의 선거라는 오명을 남겼다고 해도, 적어도 전북여성계는 유권자들에 여성정책을 제대로 내놓은 후보자들을 인식시키고 강간 치상 범죄자 등 반 여성적인 후보자들을 알리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섰어야 했다.

 

이번 선거를 통해 전북지역 여성계가 여성 정치인을 배출하기 위해 해야 할 역할이 뚜렷해졌다.

 

4년후 축배를 들 수 있도록

 

무엇보다 여성들에 정치의 중요성을 인식케 하는 일이 급선무다. 도내 많은 여성들이 여성할당제에 대해서 조차 모르고 있다는 전라북도여성발전연구원의 설문조사가 이를 입증하고 있다. 그리고 여성 정치인 발굴과 지원을 천명한 전북여성정치발전센터를 비롯해 도내 여성계가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여성 정치인 길러내기 훈련을 해야 한다.

 

또한 정치에 관심 있는 여성 스스로 일찍부터 정치에 발을 디디고 자신을 알리는 일부터 치밀한 계획을 세워 움직여야 한다. 유권자들은 준비된 프로를 원하고 있다.

 

프랑스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남녀동수 공천을 명문화 한 선출적 접근에 대한 남녀평등법을 제정해 지난해 시의원 선거에서 여성이 전국 시의원의 47.5%를 차지하는 부드러운 혁명을 불러 일으켰다. 4년 뒤 전북 여성계가 축제 분위기에서 축배를 들고 이렇게 외칠 수 있기를 바란다.
“전∼북여성, 짝짝짝 짝짝”

 

/허명숙(본사 특집여성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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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명숙 desk@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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