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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창] 움츠리는 시장경기… 현장에 가보니

최동성 편집부국장

 

 

"아이고 말도 말아요. 차라리 남의 집 일하는 것이 훨씬 나을 겁니다. 요즘 같이 장사가 안되면 가게를 아예 때려 치우고 싶지요.”

 

연초부터 뜀박질하는 물가 걱정에 허리띠를 졸라매지만, 연일 쏟아지는 암울한 경제 관련 소식에 착잡하기만 하다.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감으로 서민들의 가슴은 온통 회색 빛이다.

 

13일 낮 12시쯤 전주시 완산구 전동에 위치한 남부시장. 한 곳에서 국밥을 20여년 동안 팔아온 조용숙씨(44)는 재래시장 경기를 묻는 질문에 손사래를 치며 혀를 내둘렀다. 저녁시간때 문밖에서 서성거리며 겨우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이 음식점도 손님을 기다리는 빈자리가 많이 눈에 띄었다.

 

 

서민-부유층 모두 소비 줄여

 

노점상 가건물에서 채소더미를 벌여놓은 이수남 할머니도 한숨짓기는 마찬가지였다. 물건값이 너무 올라 손님들에게 미안할 정도라는 것. 양파 1㎏에 1천원 하던 것이 3천5백원으로 오르고 어른 주먹만한 애호박이 2개에 1천원 했으나 지금은 하나에 1천5백원까지 올랐다.

 

대파는 1.9㎏ 한단에 5천5백원을 달라고 하는 등 채소값이 무려 3배이상 껑충 뛰었다. 새봄을 맞아 푸성귀를 정성껏 다듬어 내놓아도 좀처럼 얼씬거리지 않는다. 몇몇 고객을 빼고는 시장에 (걸어다니는)사람이 없다.

 

비슷한 시각 전주중앙시장의 일부 의류매장에서는 "일부 캐주얼업체가 자금난으로 무너지면서 의류업체에 '부도 도미노'가 나타날 것이라는 소문(3,4월 위기설)이 돌고 업체부도에 따른 공포감이 일어나고 있는 실정”이라고 귀띔했다.

 

시장 경기가 총체적으로 얼어붙고 있다. 재래시장과 전자상가 등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최고 60%까지 매출이 떨어졌다는 하소연이다. 부유층은 국내외 정세가 불안하다며 지갑을 닫고 있고, 경기부진에 민감한 중산층과 서민들도 씀씀이를 확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중산층 이하의 소비는 줄어드는 반면 부유층의 소비가 늘어나는 소비양극화 현상을 보였으나 올해는 서민층과 부유층 모두 소비를 줄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상당수 기업들은 경비 절감 등 원론적인 방법 외에 뾰족한 대책을 찾지 못해 발을 구르고 있다. 특히 당국의 소극적인 대응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경제의 문외한들마저 5년여 전 외환위기의 악몽을 떠올리기 시작하고 있다.

 

지난 1월 발발 및 조기종결 될 것으로 기대됐던 미국-이라크간 전쟁이 지연되고 북한 핵문제가 돌출되면서 고유가와 투자- 내수 격감으로 위축된 경기는 '시계(視界) 제로'의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형국이다. 엎친데 곂친 격으로 산업계에서는 SK그룹의 분식회계 사태까지 불거졌다. 이번 사태의 후폭풍도 만만찮을 전망이다.

 

이와 관련, 폴 그룬왈드 국제통화기금(IMF)서울 사무소장은 12일 "한국경제에 97년과 같은 위기가 재발할 가능성은 낮지만 최악의 경우 3%대의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다”고 밝혀 주목된다.

 

 

막연한 불안감 경제 최대악재

 

위기의 가능성이 매우 작다는 그는 그 근거로 한국정부의 구조적 취약성을 줄이기 위한 노력, 그리고 대폭 늘어난 외환보유고, 금융시장의 자율성 향상 등을 들었다.

 

경제는 노무현 대통령의 말처럼 '심리'와 직결된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본다면 시장개혁에 대한 재계의 불신, 경제가 더 악화될 것이라는 시민들의 막연한 불안감이야말로 우리 경제의 최대의 악재가 아닌가 싶다.

 

당국은 대외적인 여건은 어쩔 수 없겠지만 시장의 불확실성을 걷어내 경제 살리기에 지혜를 모아야 하고, 시민들도 이에 호흡을 맞추는 것이 경제를 살리는데 힘이 될 수 있다.

 

 

/최동성(본사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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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성 dschoi@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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