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06 19:45 (Thu)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금요수필
일반기사

월출동령에 돋는 달과 상현 낮달

오하근

 

'일락서산(日落西山)에 해 지고 월출동령(月出東嶺)에 달 돋는다'는 만고의 진리이다. 해는 서쪽에서 지고 달은 동쪽에서 뜬다는 사실을 뉘라서 아니라 하랴. 우리가 진리라고 믿는 것은 오직 이것뿐인 듯이 이 상투어는 흥부가. 새타령. 제비가, 양산도, 쾌지나칭칭나네, 옹헤야, 자진농부가 등 온갖 민요나 잡가나 판소리에 등장한다. 불확실한 우리네 인생에서 이 이상 확실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

 

그렇다고 우리가 서산에 해지고 동령에 달뜨는 현상을 항상 보는 것은 아니다. 일락서산이야 그렇다 치고 월출동령을 얼마나 보았는가.

 

우리나라의 경우 해가 하지에는 5시 15분, 동지에는 7시 40분경에 뜬다. 그 6개월에 2시간 25분 정도이니, 그 차이가 하루 채 1분도 되지 않는다. 이렇게 해는 거의 제 시간을 정해 놓고 제자리에서 뜨지만, 정월 초하룻날만 해도 해맞이를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 비가 오거나 구름이 잔뜩 끼면 늦게야 중천에서 뜨는 해를 본다. 달은 어떤가.

 

달은 날마다 50분씩 늦게 뜬다. 초승달은 음력 3일경 해가 진 후 서쪽 하늘에서 볼 수 있다. 음력 7일이 되면, 초승달에서 점점 차올라 오른쪽 반이 보이는 상현달이 나타난다. 상현달은 한낮에 떠서 해가 지고 난 후 남쪽 하늘에서 볼 수 있다. 음력 15일 뜨는 보름달은 태양이 지고 난 뒤 동쪽에서 떠올라 자정쯤에 정남쪽에 위치한다. 음력 23일쯤의 하현달은 자정쯤에 떠서 한낮에 지기 때문에, 해가 뜬 이후로는 관측하기 어렵다. 음력 27일경의 그믐달은 새벽에 떠서 해가 뜨기 전까지 동쪽 하늘에서 관측이 가능하다.

 

그러므로 우리는 월출동령을 거의 체험하지 못한다. '그냥 동령에서 떴겠지'하고 짐작하는 것이다. 그밖에는 '아니, 언제 달이 떠 있네' 하는 정도이다. 상현 무렵의 '낮에 나온 반달'도 있다. 월출동령은 거의 보름달이나 그 즈음의 현상이다. 보름달은 기다림에 반하지 않고 빛깔도 환하게 동창에 떠오른다. 이것이 '월출동령'이고 달이 떠오르는 정상적인 방법이다. 누군들 월출동령 하는 보름달에 환호하지 않으랴. 달이나 달맞이노래는 거의가 보름달에 관한 것이다. 대부분의 달은 '밝은 달'이다.

 

김영랑은 '아흐레 어린 달이 부름도 없이 홀로 났네'('빛깔 환히')라고 상현달을 안쓰러워했다. 누가 애타게 부르지도 않고 누가 반갑게 맞이하지도 않는데 그냥 홀로 나온다. 윤극영의 반달은 '돛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이' 서쪽 나라로 간다. 돛대가 있어야 바람을 받으며 삿대가 있어야 방향을 찾아 배를 젓는데 그조차도 없이 반달은 항해를 계속한다. 그렇게 주위에 별도 뜨지 않아 의지가지없이 미아처럼 홀로 희미한 모양으로 낮 하늘을 항해하고 있다. 시인 말고 누가 쳐다보기라도 하는가.

 

보름달만 달이 아니다. 호박꽃도 꽃이다. 다만 천체운행의 법칙이랑 DNA가 이들을 생산했을 따름이다. 이들의 탓이 아니다. 가난하고 소외받는 민중을 위하는 정당이 왜 종북이라고 뭇매를 맞는지 모르겠다.

 

※ 오하근 원광대 명예교수는 1981년 현대문학을 통해 문학평론가로 등단.'김소월 시의 성상징 연구''한국 현대시 해석의 오류''전북현대문학'등의 저서가 있다. 목정문화상, 김환태평론문학상 수상.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