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서 육식동물과 파충류와 양서류 등의 동물들이 나왔고 하늘을 나는 새들과 곤충이 나왔으며 아메바와 미생물도 서식한다. 나는 식물을 주어 꽃잎과 열매와 씨앗을 얻게 하고 있다. 나로부터 마실 물도 나오고 먹을 곡식도 생장하고 공기와 햇빛도 받을 수 있다.
내안에서 강함과 약함이 나온다. 무서움과 두려움 공포로부터 연약함까지 존재하며 전쟁도 일어나고 평화를 갈망하게도 한다. 나는 네 어미가 품은 백배 천배 아니 헤일 수 없는 더 깊고 오묘한 포용을 하고 있는 존재다. 내가 누구인지 궁금하지 않는가? 내 이름은 지구라 불리는 땅이다. 특이한 것은 내 품안에 인간이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인간은 영리하며 만물의 으뜸이다. 내가 가장 아끼고 좋아한다.
그러나 나를 가장 많이 괴롭게 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나를 갈라서 우리나라 너희나라 하며 주인 행세를 한다. 핵폭탄이라는 것을 만들어 겁을 주고 유도탄 등 전쟁물자로 인간은 물론 나의 품안에 있는 다른 생명들을 죽이기도 한다. 이 무섭고 가공할 무기를 사용하고 살아남은 자들은 그 무리가 힘이 세다고 으스댄다. 나를 이용해서 땅장사를 하는 자들도 부지기수다. 그렇게 돈을 번 사람들은 더 가지기 위해 경제적인 약자들의 호주머니를 노린다.
내가 태어나서부터 수 억 만년을 지나온 동안 인간이 지금처럼 나를 많이 괴롭힌 때는 일찍이 없었다. 적어도 이삼백년 전부터 말이다. 온갖 고약한 약물을 살포하여 내 살을 괴롭히는가 하면 나의 살 깊숙이 쇠말뚝을 박기도 한다.
나의 살 가장자리를 파내서 시멘트나 아스팔트를 발라 나를 답답하게 하고 전봇대나 철골을 밖아 나를 괴롭힌다. 굽이굽이 돌아 흐르는 물을 막아서 유속을 빨리하기도 하고 땜과 보를 막아 지형에 따라 자연적으로 흘러가는 물의 흐름을 방해하기도 한다. 공중으로는 비행기를 날려 시끄럽게 하고 배기가스와 공장굴뚝의 연기 온실가스등 온갖 나쁜 것을 배출하여 나를 오염시키고 있다.
200여국의 지도자라고 하는 사람들이 유엔에서 모여 멍들어 가는 나를 살리겠다고 회의를 열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효과적인 행동은 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쓸데없는 핵무기나 유도탄 등 가공할 만한 살상용 무기를 하루빨리 폐기하고 배기가스나 온실가스등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 나쁜 것들을 없애기 위한 노력은 게을리 하고 오늘도 도처에서 헤아릴 수없이 많은 무기를 만들어 내고 전투용 비행기를 만들어 내고 있지 않는가? 일찍이 핵폭탄을 만들어 힘을 과시하고 강대국이라고 큰소리치는 국가가 있는가하면 지금이라도 그 대열에 끼고 싶어 기를 쓰며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나라가 늘어나고 있다.
나는 인간에게 모든 것을 준다. 먹이를 주고 보금자리를 주며 입을 옻과 신발을 주고 관광을 즐기게도 한다. 마실 물과 맑은 공기를 주고 햇빛과 달빛을 받게 한다.
그런 나에게 인간은 무엇을 주는가? 쓰레기를 주고 매연을 주며, 배설물을 준다. 그리고 시끄럽게 한다. 만물의 영장인 너희 인간들이 이제 나에게 어떤 대접을 해야 할 것인지 고민해주기 바란다. 나를 아프게 하는 일들을 구만 두고 내 본래의 모습을 찾도록 노력하라. 그렇지 않으면 조만간 너희들은 스스로 파멸을 맞게 될 것이다.
나는 지금 머리에서 열이 나서 나를 감싸고 있던 얼음이 녹아내리고 있다. 온몸이 으스스 몸살이 나고 많이 아프다.
나는 자유와 평화를 사랑한다.
*수필가 최기술씨는 2010년 '수필과 비평'으로 등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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