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06 13:57 (Thu)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금요수필
일반기사

휴먼웨어 시대

가을을 기다리며

▲ 문희병

청출어람(靑出於藍)이라고 하는 말이 있다. 쪽풀잎에서 나온 푸른 물감이 쪽풀보다 더 푸르다는 뜻으로, 제자가 스승보다 나음을 일컫는 말이다.

 

예로부터 자식이 부모보다 출중하기를 바라는 것이나 스승보다 제자가 출세하기를 기원하는 것이 인간의 성정임에는 틀림이 없다.

 

인간은 교육을 통해서만 인간답게 된다. 그러기에 우리들 교직자를 사람들은 선생님 또는 스승으로 대접한다.

 

또한 교육의 힘이란 위대하고 숭고한 것이다. 예컨대 왜정 36년간의 황국신민을 만든 것도 일제 식민지 교육의 결과요, 영국의 신사도를 만든 것도 기사도 교육의 힘일 것이다.

 

어제의 배고픔을 가난의 서러움을 딛고 일어선 오늘의 한국 경제발전도 우리들 교육의 힘이 아니던가? 이러한 중차대한 과업에 우리 교육자는 서슴지 않고 뛰어든 것이다.

 

초등학교에서는 유치원생과 감수성이 예민한 어린이들이 더불어 생활하고 있다. 교육학자들의 말을 빌리면 4세가 되면 두뇌의 발달과 형성이 된다고 하니 어린이들은 담임선생의 걸음걸이, 글씨체, 말씨 등을 닮아 간다고 할 때 그만큼 선생님은 일거수일투족에서 모범이 되어야 하고 희생적인 교직생활을 요구받게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선생님들은 진한 사제의 연분을 맺어야 하는데 자칫 티 없는 천진한 어린이라고해서, 무시하는 상태에서 역할기대체제(役割期待體制)가 이룩되지 못한다면 평생을 두고 제자들로부터 사모는커녕 원망의 소리만 듣게 될 것이다. 하루 24시간 중 눈뜨고 지내는 시간은 가정보다 직장이 훨씬 많을 것이다. 직장이란 의식주를 해결키 위하여 돈을 벌려고 다니는 일자리라고 해도 모순은 아니다.

 

그러나 직장에 돈을 벌기위해 나간다는 생각을 하기보다는 `나는 봉사하러 나간다`고 마음 먹고 하루 일과에 열중한다면 그 직장은 천직이 되는 것이요, 하루 생활의 보람을 찾는 요람이 될 것으로 믿는다.

 

나는 10여년 전에 정년을 하였다. 내가 근무했던 S학교의 정문을 들ㄹ어서면 통일로 우측에 하얀 글씨로 `오늘도 보람되게`라고 쓴 표지판이 있다. 자신을 위한 자아실현도 해야지만 눈 덮인 겨울 무덥고 지루한 여름, 책가방을 메고 종종걸음으로 선생님을 찾아오는 제자에게 스승으로서 무엇을 도와줄 것인지 오늘의 교육현장에서 다시 한 번쯤 생각해볼 일이다.

 

주위를 둘러볼 때마다 큰 소리 아니면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뿐이다. 지구의 종말론을 펴내 마음 약한 사람들의 일손을 더듬거리게 하는 무책임한 사람들도 있지만, 먼 훗날을 위하여 애쓰는 사람이 더욱 많은 것 같다.

 

머지않아 물질위주의 가치 판단이 주역에서 밀려나고 지가(知價) 쾌적성(快適性)이 가치의 중심이 될 것이다.

 

그 사회에서는 얼마나 돈이 많고 힘이 세고 큰소리치느냐 보다는 어떻게 하면 삶의 질을 높이며 보람 있는 삶을 영위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시대를 `휴먼웨어의 시대`라고 부른다.

 

이런 미래를 맞이해야 할 우리는 오늘을 사는 지혜를 창출해야 한다.

 

가을이 지나가는 스산한 길목에 서서 마음의 설렘 속에 심란해 하지 말고 덤뻑 대는 일없이 오늘에 퇴물이 된 우리들과 현직에 있는 모두가 그 책무를 돌이켜 보면서, 다시는 재생되거나 되돌아오지 않는 오늘의 삶을 보람되게 관리해야 할 것이다.

 

*수필가 문희병씨는 1989년 월간종합예술지 〈거목문학회〉로 등단. 수필집 〈박꽃, 달빛을 머금고〉 〈강물따라 흐르는 세월〉 〈사랑의 밀알이 되어〉 등이 있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