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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베트남 여자

▲ 최동명
"베트남에서 왔나요? 열심히 살아요."

 

얼마 전 남원 고향에 가는 길에 오수 시장에서 노점상 할머니로부터 들었던 말이다. 금번에도 오수 장에 들렀더니 시장 안에 있는 사람들이 아내와 나를 힐금힐금 쳐다봤다. 만만한 것이 홍어×이라고 이제는 개나 걸이나 베트남 여자를 꿰차고 산다고 그들은 상상했나 보다.

 

우리 집이 전북대학교와 가까워 우리 부부는 근 10여 년 넘게 외국인들에게 방을 임대해 주고 그들과 함께 생활해 왔다. 그들은 석·박사 학위 취득이나 교환교수로 온 사람들 이었다. 주로 인도, 이집트, 네팔, 인도네시아에서 왔다. 이들은 우리나라에 와서 고생을 하지만 공부를 마치고 자기 나라에 가면 학계에서 활동하거나 정부의 요직을 맡을 그 나라의 엘리트들이다. 인도에서 왔던 나오만 교수는 한국에 오기 전에 친형이 인도의 육군참모총장을 지냈다고 했다.

 

아내는 외국에서 온 사람들이 어려울 때 우리가 잘 해주어야 6?25처럼 다른 나라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여러 사람들이 오고 갔지만 임대료를 한 번도 올려 받지 않았다. 바다를 보지 못한 외국인의 고향 부모가 방문하면 바닷가에 모시고 가서 수산물 요리도 대접했다. 산모를 위한 병원안내와 뒷바라지를 하고, 때맞게 예방접종을 위해 아내는 산모와 아이를 태우고 보건소에 다녔다. 이처럼 외국인들과 스스럼없이 오래 생활하다 보니 아내의 외모가 베트남 여자를 닮아 가는가 보다.

 

요즈음 우리 주변에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에서 온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띈다.우리는 단순히 이들을 소외계층으로 보고 정부 지원이나 기대하는 부류로 단정지어 버리지는 아닌지, 우리의 무역 교역량이 세계 10위권에 가까웠다고 우리보다 가난한 나라 사람들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아 우려된다.

 

우리 고장 출신 김왕자 씨 사건으로 금강산 방문이 중지되기 전, 금강산 호텔에서 아침 식사를 할 때다. 남한에서 온 여성 몇몇이 북한 안내여성들 앞에서 거드름을 피우면서 하는 말, 입맛 없어 아침 못 먹겠단다.

 

그때 북한은 식량사정이 몹시 어려울 때였다. 가난할 수록 자존심은 더 강해진다고 한다. 상대를 배려하지 않으면 적대감만 쌓일 뿐이다.

 

우리가 물건 하나를 구입할 때도 그 회사의 신용도를 고려하여 구입 결정을 하듯이 나라와 나라 사이도 마찬가지다. 좋은 국민감정이 형성되고 국가간에 믿음이 있어야 상호 교류가 활발해진다. 한 국가의 좋은 제도와 사회적 신뢰가 그 나라의 훌륭한 사회간접자본이고 국제사회에서 신뢰는 무한 경쟁의 글로벌 세계에서 강한 경쟁력이다.

 

우리는 어렵고 외로울 때 도움을 준 사람을 평생 잊지 못한다. 고향을 떠나 객지 생활이 고달프면 고향에 있는 모든 것들이 그리워지기 마련이다.

 

가난 때문에 이국만리 타향에 와서 문화차이와 언어문제로 고통을 겪고 있는 동남아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많이 있다. 히죽히죽 웃는 것이 자기 고장에서는 미안하고 송구함의 표시다. 화난 데 부채질 한다고 두들겨 패는 남편에 절망하며 울부짖는 이주여성이 우리 주변에는 없는 지 관심을 가져 보자.

 

이제 해외에서 우리나라에 와서 살고 있는 사람이 전문인력 5만을 포함하여 145만 명이 되는 다문화 세상이다. 우리 모두 이들에 대한 이해와 애정으로 당당한 우리나라의 시민이 되도록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어 가야한다.

 

* 수필가 최동명씨는 2013년 〈수필과 비평〉으로 등단. '수필과 비평 작가회의''덕진 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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