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간의 일정으로 몽골여행을 떠났다. 고비사막과 주변을 둘러보는 일정은 오지체험이라고 할 정도로 힘든 여행이었다. 승합차로 5~6시간 비포장도로를 달려야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으니 한국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도정(道程)이었다.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영토 ‘세상에 이런 땅이 있다니!’ 말문이 닫치지 않을 정도로 감탄사가 나왔다. 가끔씩 만날 수 있는 것은 양과 염소와 낙타, 소떼들뿐, 나무 한 그루 없는 척박한 땅에서 오직 가축만 바라보고 사는 유목민들의 삶이 기이했다.
여행 6일째, 뜻밖에 여행 일정에도 없는 ‘나담축제’를 보게 되었다. 이 축제는 몽골독립기념일인 7월 11일을 전후해서 2~3일간 열리는 행사로,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국가적인 축제가 성대하게 열린다고 한다. 그리고 지방에서도 중앙정부와 마찬가지로 활쏘기, 말달리기, 씨름경기 등으로 온 국민이 즐기는 행사였다.
우리가 참관하게 된 나담은 고비사막 최대의 도시 ‘달란자드가드’라는 지방에서 열린 축제였다.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개막식에는 1만 5천여 명의 인구가운데 적게 잡아도 절반 이상은 모인 듯했다. 초등학생과 중고등학생들의 마스게임과 성인들의 민속공연, 특유의 복장을 한 무당들 그리고 말과 낙타를 탄 유목민들의 행렬까지 이어져 볼거리가 많았다.
운동장 스탠드에는 전통옷을 입은 주민들이 가족단위로 나와 객석을 가득 메웠다. 운동장 밖에서도 먹거리와 특산품 판매, 민속놀이 등 장터가 열려 눈길을 끌었다. 우리일행은 어느 광산기업에서 운영하는 몽골의 전통가옥 ‘게르’에 초청되어 몽골 전통음식으로 후한 대접을 받고 다른 일정 때문에 아쉬움을 남긴 채 축제장을 나오면서 생각했다.
우리나라 축제는 지방자치단체의 실적을 위한 하나의 도구로 전락한지 오래다. 그런데 다남 축제는 지역민이 주인이 되어 직접 참여하는 행사로 할머니도 화장을 하고, 할아버지도 부축을 받으며 주민 모두가 장롱 속에 깊이 간직했던 옷을 챙겨 입고 나와서 같이 즐기며 서로 화합하는 축제의 장이었다. 거기에다 어린이들도 말달리기에 참여하고, 여인들이 활쏘기에 출전하고, 남자라면 꼭 한번 도전하고 싶은 씨름경기 등의 전통을 이어가는 축제였다. 그래서 외국인들도 이 기간에 맞춰 민속여행을 즐기는 축제였다.
우리나라도 축제의 계절이 왔다. 전북만 하더라도 50여개의 축제가 있는데 대표적인 전주세계소리축제를 비롯하여 완주와일드푸드, 김제지평선, 고창모양성제 등 다양한 축제들이 열린다. 특히 본격적인 지방자치단체가 시작되면서 지역축제는 우후죽순처럼 번지기 시작해 현재 1,000개가 넘는 축제가 열리고 있다.
그런데 축제란 어떤 공동체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 사건이나 시기를 기념하여 의식을 행하는 행위를 말한다. 거기에는 반드시 결속력이 필요하고, 지역민들에 의해 자발적으로 발생하여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계승하고, 지역민의 단결과 자긍심, 지역 경제의 활성화에 이바지해야 한다. 하지만 요즘 축제는 자생적인 부분보다 정치적이고 지역 이기적인 측면에서 기획되고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지역 특산물의 판로를 찾기 위한 행사로 오히려 예산만 낭비하는 경우가 있어서 비슷한 축제는 통합시켜야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축제는 명분보다 질이 중요한 문제다. 어디를 가도 똑같고 매년 변함이 없는 식상한 축제는 과감히 도태시켜야 한다. 그래서 새로운 콘텐츠개발로 차별화된 축제를 하자는 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올해는 몽골 ‘나담축제’ 같은 축제를 꼭 한 번 만나고 싶다.
* 백봉기 수필가는 2010년 <한국산문> 으로 등단하여 수필집 ‘여자가 밥을 살 때까지’ ‘탁류의 혼을 불러’ ‘팔짱녀’ ‘해도 되나요’를 발간했다. 현재는 온글문학회장과 전북예총 사무처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한국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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