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임금이 내리는 휴가가 있었는데 이를 사가(賜暇)라 한다. 특별히, 세종대왕은 젊은 인재들이 마음껏 책을 읽고 학문연구에 전념하도록 사가독서제(賜暇讀書制)를 운영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독서에 전념할 수 있는 독서당까지 지어 책을 읽게 하였다. 실제로 ‘사가독서제’를 경험한 학자들이 역사의 전면에서 활약하여 조선왕조의 학문과 문화 융성의 기틀이 되었다고 한다.
어느 직종이든 발전을 위해 다양한 연수가 필요하다. 교사라면 더욱 더 그렇다. 교사는 1년 동안 60시간 이상의 연수를 의무적으로 받는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연수 중에서 비중이 높아진 것이 있다. 바로 온라인 연수다. 비율이 50%를 훨씬 넘어간다.
온라인 연수 그 효용성은 얼마나 될까? 종이책이 디지털책 보다 기억과 학습 면에서 더욱 효과가 있다는 것은 뇌과학자들이 다 밝혀낸 사실이다.
그래서 제안한다. 책 1권을 3시간 연수로 인정하는 것은 어떨까? 1년이면 20권의 책을 읽을 수 있다.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의 4명은 1년에 책 한 권도 읽지 않는다) 생활지도, 학습심리, 미래 사회, 역사, 관련 교과 등 다방면에 두루 책을 읽는 모습은 아이들에게도 그대로 모범이 될 수 있다.
2017년 전북지역 초등학생들이 학교도서관에서 빌린 책 대출 권수가 전국 꼴찌였다. 전북지역 성인들의 2017년 독서율 역시 전국 최하위권이다. 이러한 현실을 그냥 바라보고만 있을 것인가?
이 이야기를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우리나라 성인 문해력의 심각성에 있다. 글자를 읽고 쓸 줄 알지만 복잡한 내용의 정보를 이해하지 못하는 ‘실질적 문맹’으로 분류된 성인 비율은 22.4%이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 조사, 2017) 우리 미래 세대는 난독증으로 더욱 고통을 받고 있다. 영유아 때부터 스마트폰을 보여주는 부모 비율이 점차 늘어나서 앞으로 5년, 10년 후 우리 아이들의 문해력은 어찌 될지 심히 걱정된다.
더 나아가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민주주의는 퇴보하게 된다. 문해력, 공감력, 사고력이 떨어지는데 어찌 민주주의가 발전할 수 있겠는가? 미래 세대를 위해서라도 교사에게 책을 더 많이 읽을 수 있도록 정책 지원을 해주어야 한다.
‘교사가 교육과정이다.’ 책 읽고 생각하고 이를 함께 이야기 나누는(토론) 교사가 많아질 때 교육과정은 더욱 내실을 갖춘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교사에게 소정의 연수비를 지원해 주고 있다. 그 정도면 1년에 10권 정도의 책을 사서 읽을 수 있다. 출판사에는 희소식이다. 책을 만드는 출판사는 더욱 양질의 책을 만들 수 있고 또 그런 책을 또 사서 읽을 수 있어서 모두가 윈윈할 수 있다. 온라인 연수를 완전히 없애는 것은 지혜롭지 못하다. 온라인 연수 이외에 책 읽기도 연수로 포함해 주면 교사 연수는 지금보다 훨씬 성공적이라 믿는다.
세종대왕은 쉬운 글자를 우리에게 선물해 주었다. 그리고 사가독서제와 독서당이라는 획기적인 생각을 하였다. 이제 우리 교사 연수도 새로운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주영 전주신성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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