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05 08:05 (Wed)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기고
일반기사

대둔산에는 칠십일의 녹두꽃, 아픈 역사의 흔적이 있다.

오동표 전 전북일보 경영기획국 부국장

오동표 전 전북일보 경영기획국 부국장
오동표 전 전북일보 경영기획국 부국장

 요즘 코로나19 사태로 가을철 비대면 관광지로 뜨고 있는 ‘작은 금강산’이라 불리는 명품휴식처 대둔산을 찾아본다.

대둔산(878m)의 이름은 순수한 우리말인 ‘한듬산’이다. 명당자리를 계룡산에 빼앗겨 한이 들었다 해서 ‘한듬산’이라한다.

케이블카 정거장을 지나 등산길로 접어드는 지점에 동학농민혁명 대둔산 항쟁 전적비라는 높다란 숫돌비석이 하늘을 찌를 듯이 그 위용을 뽐내고 있다. 기단석 위에는 동학농민군이 외친 ‘척양척왜’와 ‘보국안민’이라는 글씨도 새겨져있다. 동학농민운동은 인내천 사상의 신념체계를 정립한 곳이 남원시 교룡산 선국사 ‘은적암’ 이며, 마지막 불꽃이 사라진 역사의 현장이 ‘대둔산’이다.

1894년 1월 10일 고부에서 첫 동학농민혁명의 함성이 시작돼 1년 동안 조선전역을 뒤흔든 이 대항쟁은 농민운동사에 큰 족적을 남긴 역사적인 사건으로, 당시 조선이 안고 있는 신분제 중심의 낡은 중세사회를 개혁해 ‘만민평등’ 세상을 추구한 전국적인 반봉건, 반일항쟁 운동이었다.

동학농민군의 최후 항전지 지점은 깎아지른 절벽을 따라 오르내리는 능선은 기막힌 암릉의 연속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험준한 오르막길을 견뎌내며 산행이 아닌 고행으로 마무리하면서 정상에서 기쁨을 만끽한다. 형제바위 아래에 망루처럼 높이 솟은 봉우리 주변이 주요 격전지다. 엄동설한에 70여 일간 항전을 벌이다 죽음을 맞은 그들의 절박한 심정을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천연의 요새인 암벽 주위의 좁은 땅에 자리 잡은 초막 집터(66㎡)와 깨진 옹기그릇, 돌담, 기와파편 등 유적들이 당시 원형그대로 상당부분 보존되어 있다는 점에서 역사적으로 큰 의미를 가지고 있는듯 하다.

이곳은 농민군이 우금치 전투 이후 거의 궤멸된 상황 속에서도 대둔산의 험한 산세를 방패삼아 마지막 항전을 시도했던 곳으로, 고산지역 지도자 최공우를 필두로 한 25명은 1894년 11월 중순부터 1895년 1월 27일 일본군과 관군의 공격에 맞서 저항하다가 전원 몰살됐다. 이것을 최후의 결사항전으로 해서 동학농민혁명은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이후 일본군과 관군은 전라도에서 철수했다고 한다.

70일 동안 결사항전 의지를 불태우며 어떻게 저항했는지 그 정신을 되새겨보게 된다. 산행 중 아쉬운 점은 위험구간이 많은데, 안전시설과 이정표, 등산로가 정비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백제와 신라가 마지막 혈전을 벌였던 황산벌 전투를 비롯해, 1952년 임진왜란 권율장군이 1000명의 군사로 왜군 1만 명을 격퇴한 배티재 전적지(웅치ㆍ이치전적지)와 일본의 침략에 맞서 동학농민혁명의 최후 항전지, 그리고 1950년 가을부터 6년간에 걸쳐 전개된 대둔산 공비토벌작전으로 전과를 거둔 역사적 장소로 현재 승전기념탑과 각각의 전적비가 세워져 있다. 그림같이 아름다운 능선마다 이렇듯 비극의 역사도 함께 흐르고 있다.

동학혁명의 최후 항전지라는 역사적으로 큰 의미를 가지고 있는 곳이 대둔산이지만 무관심하게 방치되고 있어 가슴이 아팠다.

임진왜란 당시 웅치전투의 역사적 가치를 살리고, 호국 완주의 역사를 바로 세우기와 동학농민혁명 역사문화 순례길을 조성해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발전을 도모했으면 좋겠다. 그날의 기억,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숭고한 희생에 대해 머리 숙여 명복을 빈다. 산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스쳐지나간 바람의 향기가 내 몸을 감싸 안는 듯한 편안함을 느끼게 해준다. /오동표 전 전북일보 경영기획국 부국장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