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식(전 전북경찰청장)
오는 7월 1일이면 우리 사회는 지방자치경찰제 시대의 개막이라는 획기적 변화와 마주하게 된다. 오랜 진통 끝에 이뤄진 검경 수사권 조정과 국가수사본부의 출범에 이어 실시된 자치경찰제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앞으로 활발히 논의되겠지만, 필자는 우선 그 의의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다.
5·16 군사 쿠데타에 의해 강제로 중단되었던 지방자치제는 우여곡절 끝에 1991년 지방의회 구성을 먼저 하는 것으로 부활의 날개짓을 시작했다. 올해는 지방 자치제가 부활된 지 30년이 되는 뜻깊은 해이다.
1995년 첫 지방 동시 선거를 통해 자치단체장을 주민의 손으로 직접 선출하기 시작했고, 2010년에는 교육감 직선제가 추가되면서 ‘교육 자치’로 범위가 확대되었으며, 2014년 지역문화진흥법의 공포를 통해 ‘문화 자치’ 또한 분권과 자치의 중요한 가치임을 확인했다. 그리고, 드디어 다음 달부터 자치경찰제가 실시됨으로써 지난 30년 동안 지속적으로 보완해온 지방자치제의 얼개가 그려진 셈이다.
이만큼 올 수 있었던 지역 사회의 끊임없는 요청과 이에 화답한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의 부단한 노력 때문이었다. 이 과정 속에서 한국 사회는 성장했다. 하지만, 여기서 만족해선 안 된다는 것을 우리는 누구보다 잘 안다. 지난 30년이 지방 자치제의 정착을 위한 모색의 한 세대였다면, 앞으로는 보다 광범위하고 유기적인 지방자치제의 완벽한 구현을 해야 할, 새로운 시대적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는 셈이다.
새로운 기회는 늘 새로운 도전과 함께 온다. ‘지방 자치 2.0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안목 속에서 융합과 소통을 통해 보다 수준 높은 지방 자치를 구현하겠다는 공동체적 합의가 필요하고, 사회적 합의를 실천할 전문가들이 있어야 한다.
자치경찰제로 범위를 좁혀 보면 이는 보다 명확해진다.
일원화된 조직이었던 한국의 경찰은 다음 달부터 국가수사본부, 광역경찰청, 지방자치경찰로 그 업무 영역이 세분화되는데, 특히 자치경찰의 경우 지역 주민의 민생 생활 안전을 담당해야 하며 지자체의 행정 역량과 화학적으로 융합되어 보다 높은 치안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숱한 시행착오와 행정력 낭비가 발생할 수 있고, 사각지대의 발생이나 책임 떠넘기기와 같은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만약 이와 같이 우려할 만한 일이 생긴다면, 의당 그로 인한 피해는 지역 공동체, 특히 사회적 약자들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매우 크다.
또, 현재 경찰 인력의 약 40% 내외가 자치경찰로서 역할을 해야 하는데, 이들이 자신들에게 주어진 새로운 시대적 역할을 수행하고 지역 공동체의 든든한 안전 버팀목이 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탈각의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현대사의 질곡 속에서 한국 경찰은 뼈를 깎는 노력을 통해 민중의 지팡이로 거듭나는 노력을 해왔다. 이제는 주민들 곁으로 더 가까이 다가가서 선제적으로 문제를 예견하고 창의적으로 불안 요소를 해결하는 노력을 해야 하며, 지역 공동체의 건강성을 지키기 위한 인적, 제도적 정비를 해야 한다.
새롭게 변화하는 시대에는 그 변화의 방향을 긍정적으로, 그 결과를 생산적인 것으로 이끌 수 있는 새로운 인재상이 요구된다. 지방 자치의 범위가 확장될수록 새롭게 확장된 영역을 이끌 새로운 상상력과 세련된 리더십이 요구된다.
지방 자치 30년의 역사, 그리고 새로운 지방 자치 2.0 시대의 개막을 여는 가장 큰 변화는 자치경찰제의 실시라고 할 수 있다. 이같은 변화를 우리 공동체의 건강성을 증진하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 준비가 지금부터 요구된다. /조용식(전 전북경찰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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